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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총으로 흥했으니 총으로 망해라?
시월 초하루 한국에서는 국군 창설을 기념하는 날인데, 올해는 행사를 앞당겨 했지만, 미국 네바다 주 사막 가운데 세워진 세계적인 환락의 도시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59명이 사망하고 527명이 부상 당하는 최악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21세기 미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대형 총격 사고다.
범인 스티븐 패덕은 은퇴한 회계사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격을 퍼붓고 자살했다. 패덕이 범행장소로 택한 만달레이 베이 호텔은 한국의 탤런트 손지창 부부가 장모와 함께 카지노에서 대박을 터뜨린 호텔로 유명하다.
총기 자유화로 크고 작은 총기사고가 빈번한 미국이지만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은 작년 6월 플로리다 주 올랜드 총격사건과 함께 2000년대에 일어난 대형 총격 사건이다.
세인에게 충격을 줄만한 대형 총기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에서는 총기규제가 논의된다. 그러나 그때마다 총기규제는 말로만 그치고 사건이 잊혀지면서 총기규제도 잊어져 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총기규제는 공염불로 그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비극적 사고는 잊혀질 것이다.
미국인들의 총에 대한 인식은 우리들과 다르다. 영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할 때 무장한 민병대들이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 전통이 있어 미국인들에게 총은 재산과 자유 독립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도구이지 무섭고 멀리해야 할 무기가 아니다. 무기 생산업자들의 로비도 총기규제를 어렵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지만 미국인들의 총기문화나 총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총기규제는 요원할 것이다.
라스베가스 총격사건이 일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IS는 배후를 자처했다. 각종 테러로 악명이 높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IS로서는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사건이지만 다 망해 숨 끊어질 날만 기다리는IS가 배후라는 사실을 믿을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형 총기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미국은 총으로 망할 것이다”라는 경고가 등장하는데 나는 반미주의자지만 미국이 망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트럼프 하는 짓이 밉고 공화당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미국은 좋은 나라가 되어 캐나다의 좋은 이웃이 되고 다른 나라들에게도 좋은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총격 사건 때 스미스 조나단은 총탄이 우박처럼 퍼붓는 사건 현장에서 10여명을 구하다 총알에 맞아 쇄골이 부숴지고 갈비뼈에 금이 가고 폐도 다치는 부상을 당했다. 스미스의 가족들은 치료비 마련을 위해 목표액 7천달러의 공개 모금을 했는데 하루 만에 4만6천 달러가 모였다. 미국이 망하면 이렇게 선한 미국 민중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우리 역사로 볼 때 신라는 천 년을 이어왔고 일찍 문 닫은 듯 보이지만 고구려 백제도 700년 가깝게 유지했다. 고려, 조선이 500년을 이어 내려와 왕조들이 장수한 편이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로마가 천년왕국을 이룬 이래 동서를 막론하고 200-300년 사이에 왕조가 교체되곤 했다. 미국도 역사가 200년이 지났으니 망하지 말라고 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있을 것이다.
그칠 날 없는 폭력
다행스럽게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 다음 날 에드먼턴에서도 IS 추종자로 여겨지는 소말리아 난민출신이 테러를 자행하는 일이 벌어져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프랑스에서도 또 테러가 발생해 두 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요즘에는 잠잠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벌어지는 말 폭탄은 초대형 폭력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시끄럽게 짖기만 하는 두 개로 인해 전쟁이 벌어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전에 탄핵 당하거나 사임 할테니까. 김정은도 보기와 달리 영악하고 계산적인 인간이라 전쟁이라는 도박에 명운을 걸지는 않는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전쟁의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영명하신 지도자 동지의 영도로 혁명과업이 완성 되었다”는 로동신문의 논평이나 조선 중앙 TV 이춘희 아나운서의 보도가 없었고 혁명과업 완성을 축하하는 대대적 행사도 없었으니 아직 진행중임을 알 수 있다.
북한 혁명 1세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것도, 수 백만 명이 목숨을 잃은 조국해방전쟁도, 체제 수호를 위해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핵 개발을 전념한 것도 혁명과업의 일환이다. 그 혁명과업의 끝이 어디일지 생각해보면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 않다.
내 주위에는 북한 주도의 흡수통일이 역사적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독재사회, 체제수호를 위해 몇 십, 몇 백만명이 굶어 죽어도 눈 한번 까딱하지 않는 그런 체제로 통일 되는 것은 반대해야한다. 그들은 인민 몇 백만명이 굶어 죽은 이유를 미국의 경제 제재 탓으로 돌리고 북한 체제의 경직성, 무자비한 인명 경시에 대해서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으로 이해를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박정희 유신 독재도 한국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훌륭한 제도라고 찬양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인권과 인명을 천시하고 자유를 억압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북한 독재나 유신독재나 모든 독재 정권의 폭력에는 저항하고 반대해야 한다. 그 외에도 지구촌 곳곳은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버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군부독재와 싸워 민주화 기초를 이룩한 아웅산 수치도 로힝야족 집단학살로 인해 이름 그대로 수치를 당하고 있다.
전쟁이나 국가폭력, 테러 등 조직적 폭력 외에도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수많은 형태의 폭력을 경험하며 살아야 한다. 문명화 될수록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장성한 자녀가 연로한 부모를 폭행하고 폭언을 퍼붓는 비윤리적 세기말적 현상까지 생기고 있으니 문명은 누구를 위한 문명이란 말인가?
문명과 야만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최초의 폭력, 살인으로 카인을 지목하고 있다. 동생 아벨을 살해한 카인의 범죄동기는 야훼가 자신의 제사는 받지 않고 아벨의 제사를 받아 시기심과 질투로 아벨을 살해했다고 전한다. 야훼가 왜 카인의 제사는 받지 않고 아벨의 제사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구구하고 잡다한 이야기가 많지만 살해의 동기는 분명하다.
성경은 또한 인간의 폭력과 보복에 대해 라멕의 예를 들고 있다. 족장 중에 한명인 라멕은 홍수설화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노아의 아버지로 777세 살았다고 전하는데 당시 족장들의 평균 연령이 900세가 넘었으니 요절했다고 여겨진다.
라멕은 아내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부족들 앞에서 재난과 전투를 이겨낸 용맹을 자랑해 적들에게는 두려움을 자기 부족에게는 용기와 주고 일치단결을 꾀하는 노래였을 것이다. 그에게는 아다와 실라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고대 부족사회에서는 다른 부족과 싸워 이기면 그 부족의 부녀자를 데려다 첩을 삼는 게 보통 일이라 라멕에게는 아다와 실라 말고도 여자가 더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다와 실라여 내 소리를 들으라 라멕의 아내들이여 내 말을 들어라. 나의 창상을 인하여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을 인하여 소년을 죽였도다. 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 배일진대 라멕을 위하여는 벌이 칠십칠 배 이리로다 하였더라”
라멕의 노래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인간이 진보할수록 문명화 될수록 서로를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가진 힘이 커질수록 작은 피해를 당해도 무한정 보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강대국이나 독재권력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현상이다.
카인은 살인을 하고 야훼를 피해 숨었으나 라멕은 소년을 죽이고 오히려 아내들에게 자랑하고 있다. 라멕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야발은 목축업을 유발은 예술을 두발가인은 청동기 문화를 시작한 인류문명의 창시자들이나 살인과 폭력을 자랑하는 분위기 속에서 생겨난 예술이나 문명은 이기적 문명이었고 야만적 예술이었다.
문명과 야만은 동전의 앞뒤 면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객관적 보편적 진리를 발견해 문화와 문명으로 발전시켜 인간의 존엄과 평등, 자유를 주장한 계몽주의를 밑거름으로 중세 암흑기를 벗어나 혁명으로 시민사회를 이루고 산업발전으로 온갖 문명의 이기가 생겨났으나 일, 이차 세계대전이라는 야만적 폭력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문명의 발달은 언제 또다시 인류역사를 피로 물들일지 모르나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걸 막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기사 등록일: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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