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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_ 오충근의 기자수첩
 
평화 뒤에 숨은 고통
1975년 4월30일 절망과 흥분, 적막과 무거움이 기묘하게 뒤섞인 세기말 적인 분위기의 사이공 거리에 때없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울려 퍼졌다. 그 크리스마스 캐롤은 구세주의 오심을 경축하는 캐롤이 아니라 레퀴엠 보다 음울한 남부 베트남의 최후를 알리는 장송곡이었다.
베트남의 통일, 아직 한국인들에게는 ‘월남 패망’ 더 익숙하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해서 베트남은 분단국으로서 2차대전 후 처음 통일을 이룩했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베트남의 통일은 정반합의 원칙대로 제국주의 횡포와 탐욕으로 본의 아니게 갈라진 약소국이 원래의 자리를 찾아 간 것이다.
베트남 통일을 미시적으로 분석해본다면 수많은 요인들이 우연적으로 필연적으로 씨줄과 날줄 얽히듯이 얽혀 있다. 많은 요인들 중에 베트남 통일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역할이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이라는 수렁에 빠졌다. 우기에 쏟아지는 빗줄기로 진흙탕이 된 깊은 수렁에서 아무리 빠져 나오려 할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그 때 미국을 위한 구세주가 나타났다. 헨리 키신저, 당시 닉슨 행정부 안보담당 보좌관이자 국무장관이었던 키신저는 귀신저라는 별명처럼, 그 별명은 한국어를 영어만큼이나 유창하게 했던 마이클 랭고트가 지어 주었는데, 미국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15세 소년은 나중에 외교의 귀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베트남전 종식, 중공과 정상회담을 이끌어 내 세계 역사를 바꿔놓았다. 베트남 전 종식으로 그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으나 남부 베트남은 지도에서 없어지고 수 많은 남부 베트남 시민들이 보트 피플이 되어 목숨 걸고 바다를 떠도는 고통과 비극이 생겨났다.
폐쇄되고 고립된 사회로 ‘죽의 장막’이란 별명을 얻었던 중국과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중화민국(대만)이 희생 당했다. 연합국의 일원이자 2차대전 전승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이던 중화민국은 국제적 지위를 박탈당하고 국제사회에서 쫓겨나고 중화인민공화국(중공)이 그 지위를 이어받았다. 중화민국과 국교를 유지하던 많은 나라들이 대사관을 폐쇄하고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수립했고 대만은 자치령 비슷하게 중국 영토 일부로 전락했다.
국익을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입장을 무시하고 희생 시키는 행위로 키신저는 비판을 받았으나 외교관은 자기 나라 국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당연하지 남의 나라 국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키신저는 미국이 베트남에서 발을 빼는 것이, 중공과 국교 수립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되는 정책이라 생각했다.

키신저와 파리 평화회담
미국이 베트남 전에 팔 걷어 붙이고 개입한 것은 1964년 통킹만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통킹만 사건은 전쟁 개입 명문을 만들기 위해 조작한 사건임이 알려졌지만 통킹만 사건 말고라도 미국은 다른 걸 조작해서라도 전쟁에 개입했을 것이다. 그 당시 러시아(당시 소비에트 연방)과 중공은 팽창주의 정책으로 세계 공산화를 목표로 했었고 미국은 소련과 중공의 팽창주의를 막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러나 10년도 채 안되어 미국은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했다. 엄청난 전비로 인한 재정적자, 전사 부상으로 인한 인명피해, 반전 사상 확대로 인한 정치적 부담은 닉슨 행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파리 평화회담은 미국, 북 베트남, 남 베트남, 남 베트남 임시혁명정부 의 4자회담이었으나 실제로는 미국-북 베트남의 양자 회담이었다.
평화회담이 발효된 것은 1973년 1월27일로 인도 차이나 반도에서 총성이 멎었고 미군은 철수를 시작했다, 이미 그 전부터 철수하고 있었지만. 평화회담 체결로 키신저와 레득토 북 베트남 수상은 그 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으나 레득토 수상은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다고 수상을 거부했다.
그는 동양인 최초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되었고, 공산주의자로서 최초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지명 되었다. 또한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거부한 인물이라는 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키신저는 평화상 수상을 수락했으나 정작 시상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1975년 남 베트남 멸망 후 노벨상을 반납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2년후 평화협정은 깨지고 남 베트남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평화협정이 반드시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파리 평화협정 당시 월맹은 너무 가난해 전쟁 수행 능력이 없었다. 집중적 초토화 폭격으로 산업시설 기간산업은 황폐화 되었다. 하루 한 두 끼 소금을 반찬 삼아 먹으면서 무슨 전쟁을 한다 말인가? 미국은 북 베트남에 40억불 원조를 약속했는데 평화협정 깰 수 있겠는가?
그러나 부패한 부자나라가 가난하지만 목표의식이 뚜렷한 나라에게 당한 예가 역사상 많이 있다. 당시 남 베트남은 북 베트남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였고 군사력은 세계 4위로 북 베트남의 100배였다. 미국-남 베트남 방위조약으로 북 베트남이 평화협정을 깨면 미 해군 공군이 참전해 북폭을 재개하고 남 베트남 지상군을 돕기로 되어 있었다. 몇 가지 안전장치로 키신저는 평화협정이 10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부패와 기강 해이로 남 베트남은 너무 빨리 무너졌다. 그러나 미국은 국익을 지켰다.

키신저와 북핵
흘러간 70년 대 인물 키신저과 다시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94세이나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키신저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트럼프에게 이런 저런 훈수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사를 바꿔 놓은 외교의 귀재 훈수를 어디까지 들어줄지?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선다. 이 기간 중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남 베트남과 대만에 못 할 일을 한 키신저로부터 훈수를 받는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키신저는 근본적으로 북한 핵무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방식으로 핵 동결을 할 게 아니라 핵 폐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결 수준이나 검증 방식을 논의 하는 동안 북한은 핵 개발 시나리오를 완성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북한 붕괴 시나리오까지 갖고 있다. 북한 붕괴 후 중국을 안심 시키기 위해 한반도를 완충지대로 만들고 미군철수를 중국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필요하다는 지론은 트럼프의 생각과 일치한다. 트럼프도 중국을 압박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일정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는 과거부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열강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런 환경에서 주체의식 자주정신이 강하지 못하면 열강의 이해관계에 휩쓸려 자신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우리는 그런 아픔을 조선시대부터 톡톡히 겪었다.
조선 중기에는 대륙의 왕조가 바뀌는 변환기에 현명하지 못한 외교정책으로 두 번의 전쟁을 겪고 왕이 항복을 하는 수모를 당했다. 조선 말기에는 남의 나라 전쟁터로 이용 되더니 결국에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전례가 있다.
이 같은 비극에 대해 “이제는 과거와 다르다. 힘이 없던 조선 말과 달리 지금은 세계 10위에 드는 강국이 되었다”고 자신감을 가지나 남 베트남의 경우에서 보듯 월등한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전부가 아니다.
국력을 나타내는 군사력 경제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 경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즉 사람이 중요한 것이다. 부패, 기강 해이, 자주정신 결핍은 남 베트남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2차대전 후 분단국 통일은 두 번 있었다. 베트남 통일과 독일 통일이다. 우리도 통일을 한다면 베트남 방식이나 독일 방식을 따르게 될 것이다. 그 외 통일방식은 전례가 없으므로 가정에 불과하고 두 가지 통일방식을 놓고 어느 방식을 따를 것인지는 민족의 앞날을 결정지을 중요한 문제인데 이를 남의 손, 남의 나라에 맡길 수는 없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사 등록일: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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