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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뿌리고 아들은 거두고 _ 오충근의 기자수첩
 
총리 “동성애 차별 미안하다” 눈물의 사과
지난 화요일 캐나다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할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트뤼도 총리가 하원에서 LGBT에게 사과를 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총리로서 민의의 전당인 의회에서 캐나다가 성 군인, 공무원 등 공직에 있었던 LGBT를 1950년부터 1990년까지 박해하고 차별한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 한 것이다.
그들은 전문 직업인이었고 캐나다를 사랑한 애국자들이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죄가 없었다.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성 정체성을 이유로 수십 년 동안 박해 받고 차별 받고 직장을 잃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고 정의를 누릴 자격이 있다.
총리가 “We’re sorry”라는 말로 연설을 맺자 여야 의원들, 청중들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쳤다.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마침내 총리 자신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는 말로만 사과를 하는 게 아니고 1억4천5백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직접 보상하기로 했다. 또한 과거 동성애 처벌법에 의해 처벌 받은 피해자들의 범죄 기록을 말소, 폐기하도록 특별 법안을 발의 제정한다.

선구자 총리 피에르 트뤼도
이날의 사과는 1969년 동성애를 형법에서 삭제한지 48년만이다. 현 총리의 부친인 피에르 트뤼도가 1967년 연방 법무장관 재직시 동성애 조항을 형법에서 삭제할 것을 제안했고 69년 총리가 되어 형법에서 삭제했다. 두 번에 걸쳐 16년간 총리를 역임한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는 막대한 재정적자로 보수당 과 보수당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현대 캐나다의 성격을 규정하는 여러 법안과 제도를 만들었다.
21세 이상 동성간에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범죄에서 제외해 동성애를 비범죄화 시켰다 “국가는 국민의 침실에 관여할 게 없다”(There is no place for the state in the bedrooms of the nation)는 말을 남긴 선구자 총리는 낙태도 비범죄화 했고 여성에게 불리한 이혼법을 고치고 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하원의장 연방총독에 임명했다.
또한 인권자유헌장을 헌법으로 삼아 인권을 중요시하는 생각을 널리 전파했다. 여성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이민자들이 차별 괄시 받지 않고 캐나다에 정착해서 살아가는데 선구자 총리가 큰 역할을 했다.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가 남긴 빚이 2천억달러 인데 그가 남긴 업적은 2조나 20조달러, 아니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한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동성을 사랑한 죄, 무기징역
LGBT가 사회적으로 소수이다 보니 배척당하고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범죄로 취급되어 교도소까지 간다면 “무슨 그런 법이 있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고 더구나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면 중동 무슬림 수니파 원리주의자 국가에서 생긴 일로 알겠지만 캐나다에서 불과 50년전에 생긴 일이다.
에베렛 클립퍼트(Everett Klippert)는 사스캐추원 주에서 태어나 2살 때 캘거리로 이주했다. 대형면허를 갖고 있는 운전사로 버스 운전을 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으로 많이 배우지는 못했으나 마음씨 착하고 친절한 이웃이었고 좋은 삼촌이었다. 그는 게이였다. 1960년 그가 34세 되던 해 18건의 동성간 섹스로 4년형을 선고 받았다.
영국은 1957년 동성애를 범죄에서 삭제했고 캐나다에도 삭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캐나다는 반대로 움직였다. 캐나다에서 동성애는 중범죄였다. 냉전의 여파로 소련을 비롯해 공산권 국가는 군인이나 국가 주요기관에 근무하는 동성애자를 협박해 이용하곤 했다. 영화나 소설에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그래서 캐나다 정부는 군대나 공무원 중 동성애자를 적극적으로 색출해 해고 시켰다.
경찰도 함정수사로 동성애자를 체포했다. LGBT들이 모이는 공원이나 화장실은 급습의 대상이었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 에베렛은 노스 테리토리 준주로 이사해 기계공으로 광산에서 근무했는데 1965년 그곳에서도 같은 죄목으로 체포 당했다.
법원은 “앞으로도 계속 범죄를 저지를 위험인물로 간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에베렛의 여동생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3:2로 기각되었다. 자유당은 동성애를 비범죄화 시켰으나 에베렛은 1971년에야 석방되었다. 그는 캐나다 사법사상 LGBT로 형사처벌 받은 마지막 희생자다
석방된 에베렛은 에드먼튼으로 이사해 트럭 운전사가 되었다. 80년대 중반 은퇴해 결혼도 했다. LGBT에 대한 권리,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운동이 한창 시작될 무렵이었으나 그는 한번도 LGBT 지지 모임에 참석한 적 없었다. 1995년 그는 신장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사람들 기억에서 멀어졌다. 그는 운전을 좋아했고 사랑했듯 동성을 좋아하고 사랑했을 뿐이다.

LGBT는 생물학적 사실
LGBT, 대개 게이나 레즈비언이 주종을 이루지만 아주 오랫동안 죄로 인식되었고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었다. 의학적으로 정신질환으로 분류 되기도 했다. 앞에 예를 들었던 에베렛 클립퍼트 경우도 ‘의학적으로 치료 될 수도 있다는 병자를 감옥에 넣는다는 것은 황당한 생각’이라고 에베렛을 지지하는 하원의원이 개탄했다.
그러나 1973년 미국 의학협회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동성애가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직업능력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즉, 동성애가 학교에서 교육받고 직장 취직하고 사회생활 해 나가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0년대만 해도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사고가 만연했다. 유럽에서는 “오늘 동성애 걸려 하루 쉬겠다.”고 병가를 내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인식을 비꼬았다.
뒤이어 세계보건기구도 1990년 동성애를 질병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회원국 중에 아직도 동성애를 질병이나 범죄로 간주하는 나라들이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 반박하고 있다. 기독교나 이슬람이 동성애를 범죄시하고 있으나 경전을 왜곡하고 훼손하기 때문으로 동성애 성향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동물학자들은 동물의7%-10%가 선천적으로 동성애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기린 사회에서는 게이가 소수가 아니라 다수로 94%의 기린이 게이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펭귄, 돌고래, 사자, 코끼리에서 나타나는 동성애 성향은 결속과 유대감을 강화하여 생존과 양육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그렇다면 동성끼리 번식을 어떻게 하냐는 의문이 생기는데 갈매기는 약 10-15%가 암컷끼리 생활하는 레즈비언이다. 그러나 번식할 때는 주변의 수컷과 번식을 한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한다면 갈매기는 양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 새끼를 낳으면 동성 부부가 키운다. 갈매기뿐 아니라 다른 동성 동물에서도 공통으로 보이는 현상으로 동성부부에서 자란 새끼들이 생존율도 더 높고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적응력도 더 높다고 한다.

우리는 사실, 진실에 대해 겸허해야 한다
작년 폴란드 여행 중에 신부를 만났다. 스위스에서 사목하는 신부인데 이야기 중에 동성애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동성 결혼에 주례를 설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현재 추세로 보아 천주교가 동성결혼 인정하는 건 시간 문제 아닐까?” 그 신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갈릴레오가 사면 받는데 360년 걸렸어. 종교란 원래 그런 거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하는 게 쉬운 일 같아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잘못을 감추고 덮어버리고 합리화하고 남의 잘못 들춰내 물 타기 하려 하지 선선히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LGBT도 자연선택에 의해, 혹은 야훼나 알라의 뜻에 의해 태어난 귀한 생명으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천주교나 남 침례교, 이슬람도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더 나아가 동성결혼 이란 단어 자체가 없어지고 결혼이라는 단어로 통일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때쯤 되면 굳이 게이 프라이드 행사도 할 필요가 없겠지.

신문발행일: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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