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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민의 세상읽기 _ 2월 1일자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혹한으로 캘거리는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 싶었다. 시동이 꺼져 길거리에 방치된 차, 거북이걸음을 걷는 전철, 텅빈 거리만큼이나 휑한 쇼핑몰. 캘거리는 동력(動力)이 갑자기 꺼져버려 멈춰버린 시계를 보는 것 같았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기온이 수요일인 30일까지 나흘째 계속됐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49도를 기록했다. 앨버타 뿐 아니라 사스케치원과 매니토바도 한파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낮 최고기온조차 영하 25-26도였으니 아마 한국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기록으로 보면 캘거리는 1929년 1월28일 바람없이 수은주가 영하 42.8도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고 체감온도로는 1964년 12월15일 영하 55도를 기록했다. 겨울이면 북부 알라스카와 유콘지역에서 불어온 차가운 공기 때문에 캘거리의 기온이 한두차례씩 뚝 떨어지곤 한다.
온도가 떨어지자 당장 캘거리의 노숙자들의 안전이 우려됐다. 시에서는 이들이 거리에서 동사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외투를 입고 은신처로 대피할 것을 권했다. 노숙자문제 해결을 위한 10년간 32억달러의 투자계획도 발표됐다. 등하교길의 학생들의 안전도 문제가 됐지만 추위로 휴교하는 전례가 없었듯 학부모의 몫만 컸다. 교육청은 통학버스의 운행정지나 지연이 많으므로 등하교시 아이들이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픽업을 당부했다.
사건사고도 많았다. 사스케치원에서는 1살,3살 영아가 들판에 방치돼 얼어죽은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정오무렵 사스카툰의 보호구역 인근에서 눈에 덮인채 발견됐는데 술에 취한 아버지(25)가 동상과 체온저하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실려갈 때 아이들을 그대로 바깥에 방치해 벌어진 사고다. 당시 바깥날씨는 영하 50도였다. 갓난 아이들은 얇은 티셔츠와 기저귀만 차고 있었다.
눈과 추위로 노면이 미끄러운 만큼 교통사고도 많았는데 에드몬톤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의 어린 관원 40여명이 탄 버스가 앞서가던 트럭을 들이받아 운전사가 현장에서 숨진 사고도 있었다. 이들은 1박2일로 자스퍼로 스키를 타러가는 길이었다. 10대의 관원들은 모두 무사하다.

필리핀 이민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29일 새벽 NW의 St. Joseph 초등학교앞 교차로에서 17살 소년이 칼에 찔려 죽은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중이다. 올들어 5번째 살인사건이다.
그동안 이목이 집중됐던 필리핀 여성의 살해범이 체포됐는데 그의 어머니도 8년전 비참하게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져 묘한 대조를 이루는 이들의 삶이 큰 관심을 모았다.
21살의 살인 용의자 크리스토퍼 워체스톤은 가족들과 함께 지난해 온타리오 인근 소도시에서 캘거리로 이주해 왔다. 7남매의 대가족이었다. 좀더 나은 삶을 찾아 취업이 손쉬운 곳이 필요했었다. 숨진 라오간씨가 남편과 5명의 아이들을 필리핀에 두고 혼자서 캘거리에 정착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워체스톤은 지난봄 포트맥머리에서 일자리를 잃은뒤 캘거리로 내려와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 라오간이 두개의 직업을 갖고 악착같이 돈을 벌었듯 청년도 열심히 일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2008년1월17일 밤 두사람이 같은 시간 같은 곳을 향하는 전철을 타기 전까지 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이 있었다.
청년의 어머니가 살해된 것은 41살때였다. 지난 2000년 겨울 리자이나의 어느 술집 뒤에서 술취한 2명에 의해 살해당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안고 살았던 어린 아들이 7년뒤 겨울 어느 교회 뒤에서 아무 이유없이 살해한 여성도 41살이었다. 꿈은 그렇게 비극으로 끝이 났다.
신문에 올라온 용의자 청년의 사진은 살해당한 여성의 사진과 대조를 보인다. 사진은 인자하고 따스해보이는 필리핀여성의 비극이 매섭게 눈을 치켜 뜬 청년의 비극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 모두 나은 삶을 찾아 캘거리로 왔지만 캘거리는 이들에게 더 이상 ‘기회의 땅’이 되지 못했다. 청년과 여성이 캘거리로 온 것은 같은 목적이었지만 이제 이들이 갈곳은 서로 다르다. 청년이 캘거리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여성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필리핀으로 옮겨져 그 땅에 묻힐 것이다. 경찰은 이 청년이 그동안 미결로 남아있던 다른 캘거리여성 살해사건과도 관련있는지 조사중이다. 이 사건 이후 전철역 안전문제가 논란이 되자 캘거리시는 2월말이나 3월초경 센터스트리트 전철역에 사무소를 설치해 경찰과 교통안전직원을 상주 근무시키겠다고 밝혔다.

요즘 한국에서의 화두는 ‘영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30일 영어 공교육 공청회를 열고 구체적인 정책 추진 일정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간 영어교사를 2만3000명 채용하고 2010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영어로 하는 수업을 주당 3시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자녀를 해외로 보내야 하는 ‘기러기’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영어로 받는 수업에 대해 학생들은 비교적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어만 잘하면 ‘영어전문교사’가 되는 시스템은 자격논란이 일 수 있고 교실내 학생들의 영어수준 차이가 오히려 수업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 교민 입장에서 보면 재외동포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외국에서 영어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나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는 인터뷰를 통해 영어전문교사로 채용될 수 있으며 영어를 잘하는 재외동포는 영어보조교사로도 채용된다. 영어만 잘하면 군대를 면제해준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youngminahn@hotmail.com)


기사 등록일: 20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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