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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맥카페가 정문에 다음과 같은 스티커를 써 붙였다.
이런 경고문이 문앞에 나붙은 건 처음 봤다.
"우리는 식당체류시간을 30 분으로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 동네 맥카페인 이 곳은 내가 가끔 들르는 곳이다.
브랙퍼스트를 주문할 때도 있지만, 주로 커피만 사 가지고 나온다.
부드러운 향미의 roasted coffee 가 히트한 덕분에 맥카페의 커피판매량은 Tim Hortons 과 스타벅스를 압도한다.
이 지점 매니저와는 서로 잘 아는 사이다.
회사방침상 할 수 없이 저런 스티커 붙이긴 했어도
손님들이 죽치고 앉아있다고 해서 나가라는 말은 커녕 싫은 표정조차 짓지 못할 사람이다.
한 달에 두 세 번 정도,
주말 아침에 가면 언제나 할아버지들로 자리가 거의 차 있다.
모자이크 나라 아니랄까봐 할아버지들의 인종도 가지각색이다.
예전에는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다 가곤 했는데,
요즘은 한 사람이 한 자리 씩 차지하고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흘러간 옛노래를 듣거나 뉴스를 듣는 것으로 체류문화가 바뀌었다.
그 바람에 체류시간이 더 늘어났다.
주니어 손님들이 맥카페를 떠나자, 대신 시니어를 우대한다며 시니어도 아닌 55 세 부터 커피값을 할인해 주고 무료리필해주면서
다른 연령대의 손님들을 끌어모으려던 맥카페의 영업전략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가 버린 것이다.
어느 맥카페나 한 가지 신기한 공통점이 있다.
할아버지들만 와글와글할 뿐 할머니들까지 함께 오지는 않는 것이다.
맥카페로서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한 일일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들은 왜 아침마다 맥카페에 모이는 걸까?
인디고라는 무료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는 스타벅스도 있고,
브랙퍼스트가 더 클래식한 A&W 도 있고,
아이스크림 퀄러티가 뛰어난 Dairy Queen 도 있는데,,
맥카페가 저런 스티커를 붙인 이유는,,
홀안에서 마냥 죽치고 있는 할아버지 손님들 보다,
그들이 몰고 온 차들이 주차장을 오랫동안 점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차피 맥카페 손님들 대부분이 drive through 이거나 take out 이라 홀 좌석이 부족한 경우는 별로 없는데,
주차장 부족으로 take out 손님들을 놓치는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물론 저 경고문에 할아버지들을 지칭하는 표현은 전혀 없다.
그런 비슷한 표현이라도 넣었다가는 ageism 이니 시니어 어뷰즈니 하고 쌩난리가 벌어지는 건 물론이고,
본사 경영진 모가지가 날아가는 사태로 발전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저 정도 경고문을 공개적으로 붙였다는 것만도 아슬아슬하다.
암튼 맥카페 영업장은 private property 이니만큼
오래 체류하는 손님들에 대해 매니저는 퇴거를 요청할 수 있다.
퇴거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매니저는 그 손님에게 trespass (침입) 경고를 한 후 경찰을 불러 강제퇴거시킬 수도 있다.
전 세계 맥카페 할아버지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는 단결하여 맥카페를 상대로 체류권을 주장하며 싸우는 것이다.
(seniors of the world ! United !! = 만국의 노인들이여! 단결하라!!)
체류시간을 30 분에서 120 분으로 늘리는 조건을 내걸고 맥카페측과 협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마 90 분 정도에 타결될 것이다.
둘째는 다른 업소로 대이동을 하는 것이다.
맥카페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만국의 죽어르신들은 할 수 없이 다른 업소로 대이동준비를 해야한다.
Tim Hortons 이나 A&W 는 커피의 맛과 질은 우수하나 아직 매장이 없는 나라가 많다.
버거킹은 세계적인 매장망이 우수하나 커피 맛대가리가 없다.
대이동을 하기에 적합한 업소로 전 세계에 매장도 촘촘하고 커피맛도 좋은 스타벅스를 추천한다.
스타벅스로의 대이동작전은 동시다발로 조용하고 질서있게 이루어져야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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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한국의 맥카페에서 배울 점이 한 가지 있다.
스테이 손님은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클립 보드님, 윗 글 너무 재미있으세요..
어쩜 그렇게 서양식을 잘 드시는지요.. 전 너무 바쁠때만 빼고는, 아침식사는 꼭 밥과 국 아니면 면과 육수 입니다.
전 이곳 캘거리에서 살며 바라는 것이 있다면, 클립 보드님께서 예전에 말씀하셨듯이, 간단하고 맛있고 저렴한 한식 국밥집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도 서양식및 이나라 저나라 음식을 잘 먹는 편이지만, 그래도 부담없이 자주 갈 수 있는 한식 국밥집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제가 자주 갈텐데요..
전 또 반찬이 없을때는, 밥을 물에 말아서, 다듬은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따뜻한 밥과 구운김, 간장만 있어도 됩니다.
한식 식당에서 우거지 국밥, 순대국밥, 콩나물 국밥 등등이요... 반찬은 김치 하나면 족하지만, 사정이 안되면 그냥 양념장만 잘해주시면, 그래도 감지덕지 하겠습니다. 참 재미 있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