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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대화를 읽었는데,
번영님도 특이한 경우이지만,
네이처님도 인종갈등에 관한 경험이 특이하게 다양한 분 같다.
번영님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모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30 년 간 살아왔고,
나름대로 주류집단 속에서 생활을 영위해 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난 18 년 간 한 회사(미국계)에 다니면서 내가 직접 트레이닝시킨 백인들만 줄잡아 1 백 여 명은 된다.
다른 인종까지 합치면 물론 훨씬 더 많다.
2 년 전 쯤, 어디선가 인종문제에 대해 설왕설래 하길래,
내 경험과 느낌을 정리해서 글 하나를 올린 적이 있다.
앞뒤 자르고 본론만 오늘 이야기의 맥락에 맞게 조금 수정해서 가져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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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한국말 못하면 차별당할 수 밖에 없고
캐나다에 살면서 캐나다말 못하면 차별당할 수 밖에 없다.
말을 모르면 차별이 아닌 것도 도매금으로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
언어가 통해야 상대가 온전한 인격체로 보인다,
언어와 교감은 거의 정비례할 수 밖에 없다.
말과 문화가 서로 통하면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오해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나타난 외모나 조건만으로 판단하는 편견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다.
이미 지인이 된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는 인종갈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도 나름대로 깨달은 작은 진리다.
캐나다에 살면서 언어와 문화를 동시에 완전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 2 세, 3 세와
그렇지 않은 1 세가 느끼는 차별은 그 정도와 종류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소통정도의 차이에서 찾으면 될 것 같다.
그냥 재미삼아 (표본조사한 거 아니니까) 인종차별을 가장 심하게 느끼고 불평을 많이 하는 집단을 순서대로 짐작해 보자면
우선 캐나다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첫째 인 것 같고 (아마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입국심사과정에서부터 순탄치 않은 경험을 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둘째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면서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직장과 사회생활도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맴돌아 다른 인종이나 집단을 접촉할 기회가 적어 인종갈등을 경험할 기회가 가장 적은 이민자들이 또 인종차별 경험담은 무궁무진하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반면 희한하게도 인종갈등을 경험할 기회가 많은 사람들,
즉 주류사회에 직장을 두고 있거나 주류사회와 거래를 하는 이민자 집단일수록 인종갈등에 대한 체감도가 점점 낮아진다.
진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민 2 ~ 3 세 로 넘어가 혀가 완전히 돌아간 세대가 되면 인종차별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인종차별을 이야기할 때 그 주제는 자기 개인이 어디서 당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 주제에 대한 정치사회적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을 때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수한 다문화 공동체의 장단점을 교육받은 그들은 '인간이 누구나 종족본능을 지니고 있으며 팔이 안으로 굽는 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시민의식과 소양으로 다문화 공동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동체 뿐 아니라 개인관계나 소집단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미덕은 '입으로만 나불대는' 인문소양 따위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에 밴 교양과 예절, 시민의식, 선을 넘지 않는 자제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위선과 가식'이 무교양과 몰상식보다는 훨씬 가치있고 우월한 태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적어도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민자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다문화 공동체가 물리적 내전상태에 빠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서로 문화전쟁을 벌이며 치고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 까지는 인정한다.
다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위험한 행동이 나타난다면 합심해서 제재를 가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싸르니아 개인적인 느낌과 판단으로는 캐나다는 물론이고 미국역시 아직 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편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이상 백인이고 흑인이고 황인종이고 히스패닉이고 무슬림이고 아무도 안전하지 않게 된다.
좀 쉽게 다시 풀어 말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팔이 안으로 굽는 인종의식이 당연히 있다.
사람에 대한 것 뿐 아니라 세상사 전체가 끊임없이 차별해서 선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나한데 인종차별 유전자가 있는데,
다른 인종도 인종차별 유전자가 있다고 비난하기가 좀 뭐하다.
다만 겉으로 안 그런 척 골고루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남들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위선이라고?
천만에.
훌륭한 시민의식이다.
편견과 본능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언어와 행동을 통제할 줄 아는 능력이 그 사람의 퀄리티를 좌우한다.
이걸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겉으로 인종갈등을 유발하는 사람들은 인종주의자라기 보다는 시민의 자질이 부족한 좀 덜 떨어진 사람들일 뿐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인간의 품격이랄 수도 있는 이 '능력'은 배움이나 지식과는 별 관계가 없고, 그 사람의 타고난 성품에 의해 결정적을 좌우되는 것 같다.
어쨌든,,
혹시 이 글 앞부분을 읽고,
아, 나는 그 나라 말(이를테면 영어)을 잘 못하니까 인종차별을 당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걱정을 접어두시기 바란다.
언어보다 백배는 더 중요한 인종차별 방지제가 있다.
친절한 표정이다.
당신이 가진 능력이 논리적인 달변 뿐이라면 인종주의자를 굴복시키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당신이 친절하고 공정한 사람이라면 인종주의자는 말할 것고 없고, KKK 단원이라도 당신의 친구, 나아가 지지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믿을 수 없다고?
내일이라도 당장 시험해 보시기를..











어제 저녁 10시 CBC national news 보셨으면, 기절하셨을 겁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어린 백인 학생이 그림을 그렸는데, 자기 백인 아버지가 경찰인데, 동료 백인 경찰과 함께 어떤 유색인종을 땅에 제압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놓고, 제압된 사람옆에 유색인종이라고 써놓고요, 또 위에다가는 우리 아버지는 영웅이라고 써놔서, 뉴스에 나왔습니다. 이건에 관한 인터뷰를 하던 백인 경찰 윗분이 내내 실망과 슬픔으로 흐느끼더군요... 보신 분 계실겁니다, 어제..
물론, 직장에서는 당연히 다들 조심하고 업무에 충실해야죠. 그래도 또, 직장에서도 glass ceiling 이 있다고 많이 얘기해 왔지만, 요즘은 인식과 여러 관련 법규가 생겨서 많이 나아졌죠.
저의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도 백인 주류사회 사람들이고, 저도 미국에서 학교를 나와 직장을 다녔습니다. 배우자 가족들이 집안에서 얘기하는 걸 들으면, 백인주의가 다분합니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기 종족 위하는 팔이 안으로 굽는 거요...
요즘은 저도 나이가 들어가서 인지, 다 그냥 귀챦고, 그러려니 하고요, 그냥 한국음식, 한국 영화 등등 한국문화를 즐기는게 낙입니다. 요즘은 제 백인 캐나다인 가족들에게도 알아 듣든 못알아듣던, 그냥 한국말로 많이 합니다. 밖에서도 한국말이 하고 싶어지더군요. 한국이 많이 자랑스러워져서 우쭐하고, 기분이 좋아서요. 그래서 인지, 제 캐나다 백인 가족들이 다들 김치며 한국 음식도 먹고, 한국말도 조금씩 하기 시작하더군요. 한국, 캐나다, 미국 셋 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