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나타가 저 홀로 갈증을 달래는 막막함에는
누구에게나 듣게되는 저마다의 전주곡(前奏曲)이 있다
비록, 그것이 석연치 않은 삶의 감각에서 출발할지라도
낮과 밤의 접점(接點)에서 하루를 비추이던 거울 속의 꿈이
한 숨결에 신경의 도로를 따라 수직으로 곤두선다
땅과 이별하는 하늘의 노을은 음악 한 가락에 실려
섬광(閃光)의 오선지 위에 근심하는 삶의 소리를 그리고,
손가락 끝에 만져지는 피아노의 건반(鍵盤)만
저 홀로 복 받은 의식인 양
영원한 매력을 지닌 채, 기우는 심정(心情)의 방향을 가리킨다
곧 이어,
비슷한 모습의 석양의 잔광(殘光)도 잔잔한 감흥을 불러 오지만
정작 정신의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 두 귀는
마주친 선율(旋律)에 서먹하기만 하고
새로운 침묵은 지녀왔던 어떤 모습으로도 들리지 않는다
(음악은 까다롭게도, 이미 친절한 언어가 아니다)
결국 오랜 친구가 살던 그 아름다운 공간의 기억이
스스럼 없이 조율(調律)된 곳에서나
마지막 가슴은 부풀어, 꿈같은 미지의 풍경은
막연한 시간과 잊혀진 반사로 반짝이고
그때, 허공 속에 가라앉는 납뭉치 닮은 하늘 아래로
영혼의 사지(四肢)를 더듬던 어느 연주자가
음(音)의 책장을 넘기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반음(半音) 흐트러진 음율이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들을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허무에 부서지는 삶의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
존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