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을 수록,
당신의 시는 더 거세어진다.
도대체, 당신의 흐느낌은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그리고 내가 느껴야 하는 이 전율과
어질한 현기증은 또 무엇인가.
왜 이 순간에 나는 당신의 포로가
되어야 하는가.
알량한 내 영혼의 밑바닥까지
샅샅이 뒤지고 가는,
조금은 으시시한 검열과도 같은 것.
당신의 사슬을 풀기 위해
영악하게 준비했던 열쇠는
오히려 나를 더욱,
당신의 시로 꽉 잠그고 시치미 뗀다.
내가 차곡이 쌓아 온 온갖 죄마저,
당신의 시 안에서는 용서받는다.
살아오며 착한 일은 별로 안했으니,
그건 더욱 눈물로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당신의 시는
늘 나에게 낯설기만 하다.
나도 이제 당신처럼,
가장 단순한 눈매의 맑은 아이가
되고 싶다.
이 그릇된 세상의 육탄공격에
끊임없이 흔들리며 살아가도,
당신의 시 안에서 만큼은
나도 맑은 눈의 아이처럼
행복하고 싶기에.
* 믿는 종교는 없지만, 구약의 시편들을 읽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