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나의 어머니....
작성자 지민아빠     게시물번호 -1074 작성일 2005-02-03 02:14 조회수 1546

 

 

나의 어머니는 마흔둘에 홀로 되어 지금까지 우리 육남매를 키워 오셨다.


딸들을 하나씩 시집보내면서 줄어드는 몸무게를


어머니의 몫이라 당연히 여기던 10년 전 겨울,


나는 정동의 고려병원으로부터 면담요청을 받았다.


소화불량이려니 하고 소화제만 드시던 어머니는 구토증세가 보이자


친구분의 권유로 내시경을 받으셨는데,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말에


남편은 없고 큰 여식만 있다며 망설이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감기 때문에 면담을 다음날로 미루고


그나마도 위세를 부리며 병원에 갔었다.


그러나 ‘위암’이라는 아득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어머니의 생사가 달린 문제임을 깨달았다.


수술하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말에도


나는 수술비 걱정을 안고 병원문을 나섰다.


수술 한 번이면 끝나는 것을


주위에서 암은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을 핑계로


어머니를 차가운 입원실에 홀로 밤을 지새우게 하고


연신 원무과에 병원비 체크만 하고 다녔다.


유일하게 남은 양심을 지키는 일은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기도원에 모셔 가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창 모서리를 붙잡고 기도하시며


“저기 봉사하는 사람들 말이 여기서 열심히 기도하고 병이 나았대.


나도 기도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라고 하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기도원에 얼굴만 내밀면 책임을 다한 거라 생각했고


깊은 밤 홀로 기도하실 땐 몰려오는 잠으로 짜증스러워했다.


병이 악화되자 다시 병원으로 옮겨진 어머니는 의사의 가운을 붙들며


“막내아들 중학교 졸업식은 볼 수 있겠지요?” 라고 재차 물으셨다.


처음 진단시 수술만 했더라면 어머니의 평생 소원이셨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졸업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퇴원을 하기 위해 어머니의 가냘픈 몸을 등에업자 새털처럼 가벼웠다.


순간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려 어머니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어머니는 “왜 울어? 우리 딸한테 미안해서 어쩐다니.


엄마는 너 업어 주지도 못했는데 우리 딸이 업어 주네” 하며


고개를 떨군 채 소리없이 우셨다.


난 그때 처음으로 내가 아들이 아닌 것을 후회했다 .


귀한 아들 하나 낳고서야 처음 미역국을 드셨다는 어머니는


호강 한번 못하고 딸들에게 누를 끼칠까


고통을 참기 위해 가슴만 치시다가


진통제 한번 못 쓰고 비 새는 천장을 바라보며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와 합장도 못 해 드리고 벽제로 가는 날,


나는 엎드려 통곡했다.


이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다시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서


지금처럼 ‘아들이라면’하는 구차한 변명 않고


당당한 어머니의 딸로서 효도할 것이라고.


한 줌의 재로 변한 어머니의 흔적을 난 아직도 가슴에서 지울 수 없다.


저의 이 씻을 수 없는 후회의 통곡을 듣고 계시나요, 어머니!

 

(퍼온글)


0           0
 
다음글 입춘대길 [立春大吉]
이전글 처첩대전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앨버타 실업..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RCMP, 경찰 합동 작전, 수..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캐나다 우편대란 오나…우체국 노..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현충일 캘거리 각지 추모행사 진..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