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여, 너는 얼마나 거룩한가.
연탄재와 먼지와 지친 얼굴들의 행진 속에서
사랑없이 바라보는 거리여,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성당과 공원과 시장길을 가득 메우며
몰려나와 다시 흩어지는
물고기 같이 푸른 젊은 아이들이
그들이 남긴 일상의 부피가
계절을 잃은 햇빛이 되어
쏟아질 때.
--- 노혜경의 '상뚜스'
상뚜스: [거룩하시다]라는 뜻의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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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 앞에서 가난한 사랑은 무슨 의미일까.
먹을 것 밖에는 기쁨이 없는 이 우울한 시대에,
찬란하게 쏟아지는 저 햇빛은 무슨 의미일까.
세상은 있는 자들에겐 흥겨웁지만, 내 삶의 차가운 흔적은
언제나 녹지 않는다. 지지리도 못난 내 영혼 안에서.
참으로 가혹한 삶, 저 아무 뜻없는 햇빛만이
꿈 같은 사랑보다 오직 거룩하다.
계절은 바뀌고, 또 쓸쓸하게 바뀌고
사람들은 각자 무언 가를 바라고 그렇게들 살아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