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비 내리는 겨울밤에
홀로 촛불 밝히면
어른거리는 불빛 속으로
외로운 풍경(風景)이 타들어 갑니다
클로즈-업 되는 공간은
스며든 고독이 관통(慣通)하는
공허한 모습입니다
아픈 영혼의 장막을 걷고
촛점을 맞추면
전율하는 기원(祈願)의 처절함에
숨이 막힐듯 합니다
준비된 시간(時間).-
불안(不安)으로 점철된 그대의 꿈은
종(鐘)소리 울리는 은혜로운 시간 속에서
몽유병 환자처럼
마냥,
달음박질 합니다
도착한 휴게소에는 소진(消盡)된 기억들이
암담한 화편(花片)으로 뒹굴고 있고
시선(視線)던지는 그대의 슬픈 눈은
그릇된 믿음의 회한을 담고 있습니다
피로한 절망이 당신을 몸부림치게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목숨처럼 간직했던 헐벗은 사랑은
오로지 포옹(抱擁)하는 외투 한 벌 걸치고
세상이 만들어낸 간단치 않은 겨울과
마주 서 있습니다
인동(忍冬).-
촛불은 의외로 어둠을 더욱 어둡게 합니다
싸늘한 운명의 신(神)은
장미빛 뺨이었던 그대의 고운 모습을
냉정한 세월이란 모진 손길로
때리고 할퀴었습니다
더 이상 우아한 모습을 허락치 않았습니다
그대의 모습은 이제 누가 보아도
상(傷)하고 지친 몰골입니다
당신은 날이 갈 수록 창백하여지고
매 순간의 호흡은 힘겹기만 합니다
적의(敵意)에 찬 차가운 시간들이
그대를 포위하고 끊임없는 선전포고를
퍼부어 댑니다
체념의 벼랑끝에서
기적과도 같이 그대는
자존(自存)의 궁극적인 신념을
뜨거운 심장으로 간직하였습니다
시간이 별을 헤아릴 동안,
낮설기만 했던 인내(忍耐)가
그대의 얼굴로 변신하였습니다
그것은
마법(魔法)과도 같이
당신의 상처를 지워갔습니다
불타던 증오와 몸 찢던 욕망도
그대 앞에 활짝 열린 푸른 바다 위에 떠있는
희미한 섬으로 멀어져 갔습니다
비로소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대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단순한 행복의 초상(肖像)만으로
이야기 될 수 없음을
조용히 선언하고 있었습니다
기도(祈禱)하는 아침에.-
백야(白夜)의 한파로 솟은 힘겨운 장벽을 넘어
봄같은 아침이 빗장을 엽니다
고뇌로 신음했던 영혼이
생명(生命)으로 살아 숨쉬면,
폐허로 남은 그대 가슴 속에도
아침햇살은 완전한 질서로 구동(驅動)합니다
이윽고 당신의 부활된 시간들이
기나 긴 동면(冬眠)에서 깨어나
그대의 고단한 영혼과 함께 무릎을 꿇고
앞으로 있을 새로운 여행의
투명한 장도(長途)를
기원합니다
그것은
긴장으로 떨리는 출발에
경련하듯 미래의 행복을 다짐하는
그대만의 나르시스
아, 무심(無心)한 바람이
지혜의 손길로 이정표의 방향을
새롭게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먼저 떠나 간 그대의 희망이
아득한 꿈처럼
지나 간 길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