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소
그 마을에 다시 들기 위해
언덕 위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어
그냥 미끄러지듯 들어 가면 될 것을
무엇이 그리 쑥스러웠는지 몰라
누군가 봄 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오는 중 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눈은 아직 소복히 쌓여 있었어
마을 어귀에 당도 할 때 쯤
그들은 편지를 읽게 될지도 모르지
언젠가, 아마 ,나에게 빌려주고 못 받은
그 뭔가를 기억해내고
가슴 벅차게 감격 할런지도 모르고
아니면, 아마 ,나의 느닷없는 소식에
나의 형편을 염려하여 움추릴지도 몰라
가슴이 많이 답답해
눈을 꾹꾹 밟으며 언덕을 내려가는데
저 아래로 마을이 한눈에 들어 오는군
집과 집 사이 허접한 공간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골목 가득
흰눈은 무겁고 서로 왕래한 흔적 없는 채
빗장을 걸어 잠그고 담 쳐놓은 안식
불 꺼진 창 마다 달빛 만 스며들고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어
혹시 , 마을엔 더 이상
사람들이 살지 않는 건 아닐까
어쩜, 다들 출장을 갔을런지도 모르지
아마,그럴거야
마을 위로는 초생달 하나
언 하늘에 고드름처럼 아슬하게 매달려
후욱 바람 불면 부서질 듯 고요한 밤
다행이야 ,여기 안개처럼 다시 누울 수 있어서
( 20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