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깊은 어둠을 지나,
야윈 영혼이 눈뜨는 곳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당신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장님이었고,
귀머거리에다 벙어리였습니다.
그랬던 내가 비로소 보고,
듣고 말하는 건 오로지
당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황막한 세월 속에 메말랐던
더운 피가 다시 돌고,
가슴에 막혔던 길이
다시 열립니다.
더없이 차가웠던 세상도
이제는 아름답습니다.
소중한 당신이 한 하늘
아래 있기에,
내 육신의 病이 다시 깊어진다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죽음조차도
당신 앞에선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 詩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