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한님 !
좋은글 잘 읽고있습니다. 때로는 잊혀졌던일..땔로는 잘못알고있었던일..때로는 지극히 우리자신이 부끄러워야 했던일...
항상 같은 생각을 가질수도 없고 때로는 님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언제나 님의 글에는 양심이 있었습니다.
많지않은 교민들이 님의 글을 읽을지는 몰라도 어느글보다도 값진글입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김창한 님께서 남기신 글
이민생활이란
1. 화가나신 분께
저의 글이 님을 화나게 했군요.
사람들에게는 다 자기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런 관심의
영역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게시판입니다. 실명을 사용하는 저를 지목하면서 님처럼 비난하는 글을 제외한 모든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자유게시판이라는 것을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제가 캘거리에 와서 깜짝 놀란 것이 어려운 이민생활 중에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시를 잘
쓰는 분들이 캘거리에 참 많다는 사실입니다. 실명을 거론해서 죄송하지만, 안희선, 시내운, 조윤하 님 등의 시를 읽으면 어떻게 이민생활의 삶을
이렇게 깊이 그리고 아름답게 형상화시킬 수 있을까 감동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는 시를 전혀 쓰지 못해서 이런 분들의 시적 감성을 통해서
대리만족 같은 것을 하지요. 이처럼 캘거리에서의 삶을 시로 표현하든, 이민와서 한국에 대해서 다시 보고 애국자가 되건, 이제 한국은 지겹다고
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되건 다 자유입니다.
2. 이민생활이란?
님께서 말씀하시는
이민생활이란 정의 (definition)이 뭔지 전혀 알 길이 없지만, 생존의 언어, 즉 정보교환만 하는 곳이 이 게시판은 아닙니다. 자기의
삶의 영역에서 그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 이민생활이 아닌지요? 어떤 분들은 병의 회복 경험을 적기도 하고, 컴퓨터에 능통하신 분들은 컴퓨터
지식을 나누고,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사업의 정보를 나누거나 어려움을 나누는 곳이 이곳입니다. 건축에 조예가 깊은 분은 건축미에 대해서 글을
올릴 수도 있고, 물리학을 하시는 분들은 문외한인 저 같은 사람이 이해하도록 물리학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실 수 있습니다. 토목학을 하시는 분들은
토목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들은 음악에 대해서 올리면 됩니다.
관심의 차이는 이 뿐이
아닙니다. 이민 연륜이 40년에서부터 단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분들이 있고, 이민이 아니지만, 단기 방문을 오신 분이나 친지도 있고, 단기
유학으로 어학연수를 하는 분들이 캘거리 한인 경제를 발전시키기도 하고, 장기 유학을 와서 예상치 않게 여기 눌러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관심을 가진 분들을 자유게시판 단 하나에서 모든 사람의 만족을 채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1999년데
저는 캘거리에 처음 발을 내디뎠는데 이민온지 30년 된 분이 저를 초대해서 한국 소식을 너무나 듣고 싶어했습니다. 그 분은 캐나다에서 다시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과 캐나다 시민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치경제의 변화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나타내셨지요. 물론 님처럼
정치나 한국에 관심 없는 분도 있고, 문자를 사용해서 죄송하지만, 저처럼 polemic arguments에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고, 아예
한국이라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덜 떨어진 사람도 많이 있지요. 중요한 것은 생각이 달라도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너그러움과 또는 다른 생각을
조목조목 반박하시면 됩니다.
3. 흑백논리란…
님께서 저의 글이 싫으시면 읽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아셔야
합니다. 제가 흑백 논리에 빠진 것이 아니라 님께서 흑백논리에 빠진 것입니다.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가진 것을 흑백논리라면 이 세상에 흑백논리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흑백논리는 나 외에 다른 것은 옳지 않다고 무조건 부정하는 것입니다. 즉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강하게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그것이 설득력이 있다면 말이죠? 저는 게시판에
올린 분들의 글을 부정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글을 실명으로 올렸기 때문에 누구보다 떳떳하고 양심적이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 우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비판적 시각이 없는 사회입니다. 캘거리의 한국인 수가 적고 이민사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게시판에 시사나 문화에 대한 평론이나 의견이 너무나 적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비평적 의견, 즉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의견들이
많이 나와 풍부한 토론문화를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의 삶은 정치적입니다. 여기서 정치적이란 말은 우리가 행동하는
하나하나, 몸가짐 하나하나, 그리고 발언 하나하나가 사회적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님께서 저의 글을 보고 지겹다는 표현 또한 사회적
관계의 표현이지요. 저 또한 제 글을 끝까지 읽어 보지 않을 님에게 이렇게 바보처럼 답변하는 것도 사회적 발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4. 님께서 짐작하셨듯이 저는 종교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종교학이라는 것을 하고, 아직 학생이라 돈은 못벌고 teaching
assistant로 일하면서 겨우겨우 학비를 벌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삶입니다. 날마다 책보고 신문검색하고 글쓰는 일이 저의
직업입니다. 그리고 개인적 관심사라면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인권 (human rights)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성애
문제니, 한국의 열악한 인권상황이니, 한국의 독재에 대한 회고니, 또는 아프리카 수단이나 르완다, 중동의 이란과 이라크 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의 문제 등을 자주 들고 나옵니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 캐나다에서 어떻게 이민자의 생존과 연관되는지에도 관심을 갖고 있고, 이와 아울러
한국의 제 3세계 노동자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그리고 일본에 징용에 끌려갔던 우리 조상들의 애환과 일본군의 성의 노예로 일해야 했던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 많은 세월에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최근에 김구선생의 [백범일지]를 정독하고 한승조라는 사람의 망언을 들으면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박홍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님께서 박홍씨를 좋아하든 저를 싫어하든 님의 자유입니다. 제
글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좋아하는 분들보다 많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리석은 부탁을 또 하겠습니다. 사람을 공격하지
말고 글의 내용으로 비판하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식의 댓글을 달지 마십시오. 님의 생각을 올리십시오. 님의 이민생활을 꼭 올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