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하늘
결국, 겨울이 다 가도록
아무 것도 달라진게 없었다.
얼어붙은 낮과 모질게 긴 밤이
조용히 비켜나 주기를 바랬을 뿐
어느것 하나 바로 기다리지 못했다.
어느새 계절만 저 홀로 커져
따가운 햇살에 눈 걷히고 얼음 녹아 흐르며
우리 속 깊은 곳으로부터 다시 노출되는,
한참이나 잊고 있던,
스스로도 차마 볼 수 없는,
여전한 악취로 진동하는 사월 하늘,
어둠에 진저리 치며 눈 감아버린 그 무심함.
꿈을 꾸듯 푸르름이 번지는 시절에
꽃, 그 향기가 대신할 그날 까지
봄에도 하얗게 하얗게 눈이 새처럼 나리고
사실, 지난 겨울 추위는 너무 느슨했다.
사람들이 자주 죽어 없어졌지만
그저 이유 없이도 살아 숨 쉬는 것 외에
무엇하나 손 댈 필요조차 없었는지 모른다.
마치 더러운 변명 처럼 들릴 테지만......
( 2005. 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