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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40 작성일 2005-04-15 20:08 조회수 2214
 
=♠♡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 시:안희선 ♡♠= 문득,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었다.
  • 미처 수습하지 못했던 삶의 잔해가 휑하니 널브러진 곳에 내가 애써 외면했던 아픈 시간들이 차라리 착한 꿈이 되어, 안개 같은 숲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 먼 하늘에서 살며시 내려 온 태양도 대지를 포옹하며, 골고루 구석 구석에 눈물어린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 이곳에서 불안한 건, 오직 나 밖에 없었다.
  •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 달아나는 내 마음은 여전했다 꿈꾸던 아름다운 삶이 늘 그렇게, 나를 지나쳐 앞서 달려간 것처럼
  •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나
  • 원래 잃을 것도 없건만, 왜 항상 잃고 살아왔다고 느껴졌던지
  • 그렇게 홀현하게 걷다 보니,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이윽고 나도 없어지고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산 위에 창망한 허공만 푸르게 빛난다.
  • 하늘에 이르는 길이 더 이상 지상의 길이 아닌 곳에서 소리 없이 열린다.
  • 누군가 오래 전 부터 마음 한 자리 비워둔 곳에 비로소 즐거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야릇한 영혼 하나가 하늘에서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다.
  • 그와 인사를 해야할지 망설여 진다.
  •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미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 영상제작 : 오포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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