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다리를 놓는 그곳
그대와 함께 어느 무인도
외딴섬으로 가게 해다오
그곳에 밭을 일구고
푸른 잎 사이로 상긋한 봄이 오면
보리밭 이랑마다 아지랑이 피고
여름이면 자주색 감자꽃
거기 부서진 자유를 모아
물새들 목청껏 노래하는
그런 섬으로 가게 해다오
가을이면 하얀 꽃잎 머리에 이고
겨울이면 한지창에 스미는 따사로운 햇살
아침이면 물새의 지저귐으로 창이 밝고
저녁이면 호롱불 아래
그대 기타 소리로 잠들고 싶어
그렇게 우리의 소망 연초록 잎새이게 해다오
문명의 화려한 옷 없어도 지천에 흩어진 자유만으로
은총의 빛살 가르며
그대와 함께 조용히 나이 들어가는
그냥 한 알의 홀씨로 살게 해다오
--- 金仁子의 '그대와 함께'
어쩌면 그 무지개는 아름다운 꿈의 세계로 통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고, 오직 꿈 꾸는 자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길...
그 길 끝에는 작은 보금자리가 있고,
소란한 세상이 결코 알 수 없는 평온함과 아늑함,
그리고 영원한 사랑의 아름다움이 소박한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 같은.
그곳에서 하나의 자연自然이 되어 살고 싶어진다.
더 이상의 소망이 필요없는, 하나의 온전한 행복이 되어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모든 소망이 결국은 꿈일 수 밖에 없음을.
각박한 삶을 규정하고 있는 차가운 현실의 척도 앞에서,
그런 꿈을 꾼다는 것은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명백한 반란이리라.
그래도, 반항하듯 그런 무지개 꿈을 꾸고 싶어진다.
이 황막한 세상이 얼굴 붉히며, 안된다고 고함 질러도...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