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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버 지
작성자 뜬구름     게시물번호 -138 작성일 2003-11-19 11:58 조회수 1919

         아 버 지

 

 눈이 퍼붓고 있습니다

 미처 달아나지 못한 나무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앉아 있습니다

 

 공연히 귀 기울이면

 우루루 몰려 다니는 바람,

 그 외로움이 멈칫 돌아 봅니다

 

 모든 것이 해체되며

 그 땅의 아버지 들이 돌아 누울때

 한숨으로,

 못 다 흘린 눈물 말리우며

 당신은 가셨습니다

 

 가위 눌리듯,

 사는 일은 아직도

 찬란한 그리움 입니다

 

 잊을 만큼

 허공에 손을 저어도 봤지만

 아니라고 위안도 해 봤지만

 세월에 이리 저리 불려 다니는

 내 아픔을 치유하며 손내미는

 당신,

 그 위대한 인내,

 온 몸에 문신 처럼 휘감깁니다

 

 눈이 나립니다

 아버지,

 누우신 그곳에

 벌써 삼년 째 저는 없습니다.

 

 이 눈물 마르면

 그땐,

 이 눈발도 그치겠지요.

 

 그렇겠지요...

 나는 나쁜 아들 입니다.

 그렇습니다.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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