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 강재현
사랑에 대해 말장난 같은
시를 쓰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이에게 부쳐질
엽서 한 장
밤새 가슴으로 담아내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논하는 사람보다
퉁명스런 말 한 마디에
상처받았을지 모를 품안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지성으로 전하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9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2003 노천명 문학상 본상 수상
시마을 동인
시집으로 <그대에게선 들풀 향내가 난다>
<사람은 그리워하기 위해 잠이 든다>,
<그리움이 깊은 날에는>(2005년, 북랜드)
동인시집 <흰 말채 나무는 말이 없고> 등 다수
현재, 동우대학. 주성대학 등 출강 중
그 어떤 아름다운 싯귀詩句보다도 읽는 이의 가슴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선다.
강재현님의 시편들에서는 대체로 그 시적 구도構圖가
시인이 지닌 투명한 감성의 운용運用을 통하여, 그러나 결코
난해하지 않은 서정의 흐름에 맡기는 경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인간적 사랑에 바탕한 친밀감과 정직함이 있다.
시인의 시, '아름다운 사람'을 읽으며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시는 결코 지식만으로 쓰여지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한편의 시가 다듬어지는 과정은 일종의 깨달음의 과정과도 흡사한 것 같다.
물론, 그 깨달음이란 시인 각자의 시경詩境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홀로 깨닫고 이루어내는 그 과정은 시인 누구에게나 있어
그의 시가 지녀야 할 가치성價値性의 획득에 숙명적인 조건이 된다.
강재현님의 '아름다운 사람'에서도 이러한 시정신詩精神을 살펴 볼 수 있다.
비록 주아성主我性의 발언이긴 하지만 마음이 일어내는 명암明暗을
배경으로 지나친 감정의 노출없이, '사랑의 의미망意味網'을
담담하게 엮어가고 있다.
표현상에 특별한 기교나 작위作爲도 보이지 않아,
일견一見 평범한 스케치라는 인상도 있으나 오히려 그같은 면모가
시의 현란함에 식상된 우리들에게 평이한 언어의 산뜻한 조형으로
다가와 어수선한 머리를 맑게 한다.
" 사랑에 대해 말장난 같은
시를 쓰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이에게 부쳐질
엽서 한 장
밤새 가슴으로 담아내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논하는 사람보다
퉁명스런 말 한 마디에
상처받았을지 모를 품안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지성으로 전하는 사람이
더 아름답다. "
나직하게 가라앉은 시행詩行 속에
단아한 빛을 뿜는 시의 모습이 정갈하다.
요즈음 같이 삶이 차갑고 삭막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오늘의 시가 그래도 굳이 해야 할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시를 읽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신선한 서정의 식야識野를 틔우는 일이리라.
앞으로도, 시인의 시세계에서 메마른 삶에 대항하는
따뜻한 영혼의 울림이 우리 모두에게
'소망의 뚜렷한 메세지'로 전달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아울러 시인이 최근에
세번째 시집을 출간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강재현님의 지속적인 건필을 기원해 본다.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