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말하길, 이 거리는 딴 유성(游星)에서 불어 온
바람을 닮았다고 했다 -
가엾은 희망으로 발이 부르튼 사람들은
어두워질 적에야 비로소 밝아지는 눈을 지녔다.
벌거숭이 같은 고독들이 행진을 한다.
아득한 멀리에서 그리운 별이 하나 사라진다.
행복했던 기억들이 안타깝게 서성거리며,
어둑한 거리에 가로등 불빛이 되었다.
정녕 분별없는 숨바꼭질에
물처럼 투명한 자살을 꿈꾸는,
그 거리를 나도 걷는다.
이 거리는 사지(四肢)의 욕망에 매달려,
아무런 전설도 없고 감동도 없다.
오로지 발걸음의 반음(反音)에 따라
끝없이 맥(脈)을 이어 갈 뿐...
누군들 거역하고 싶지 않았을까.
모든 것으로 부터 갈라놓는,
익숙한 어둠의 차가운 이 거리를.
행복한 잠이 필요하다.
티없고 죄(罪)없는 거리를 꿈꾼다.
그곳에는 이따금 허물어진 모험의 상처가
아무는 소리가 들린다.
정겨운 사람들이 소리없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의 젊은 한 시절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선 아무도 마주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분명치 않은 고독이어서 두렵지 않다.
걷다보면, 만날 사람이 있음을 알기에...
무서운 황폐가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지고
다만, 새로운 침묵이 어둠을 떨어낸다.
낯설던 해후(邂逅)의 마음이 가로등 불빛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비추기 위해,
행복한 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