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겠다
왜 이런 탁월한 생각이 이제야 떠 오르는 것일까
지혜로운 나무와 바위들은 언제나 침묵하고 있었던 것을
오늘따라 태양은 밝기만 한데, 그 위에 높은 하늘은 더욱 검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일찍이 그것을 '검을 현玄'이라 했나보다
세상 가득 밝게 넘쳐 흐르는 날강도 같은 말들
수많은 광고와 자기선전에 혈안이 된, 환한 기호들
사랑을 말하는 휘황찬란한 말들
증오를 말하는 불꽃의 섬광돋힌 말들
진정, 그것들은 고요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검은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100억년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어도, 우리에겐 늘 한결 같을 것이다
말이 많은 것들일 수록, 변덕은 극심하며
늘 좌충우돌한다
그래서 나는, 몸이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