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먹은 초원 위에
시내 운
굵은 빗방울 멎은
빗물 먹은 초원 위에
사람들의 허둥 대는 발길
도시의 비명은 들을수 없고
오늘이 무엇 인지
내일이 무엇 일지 모르는
흰 점백이 젓소 무욕의 눈망울만
젖은 풀위에 차분하다
사계(四季)의 생명이 윤회하는 소리
초록 풀잎에 색(色)으로 스미는데
오늘의 세찬 비 바람
천둥 번개 이는 내일도
젓소의 휑한 눈망울엔
세상을 향한 시름도
세월에 대한 우수와 권태도 없이
빗물 먹은 초원 위에
꺼벙하게 한가롭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는 소망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의 기대
속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어리석음
뒷다리 걸어 넘기려는 야속함이
부끄러울 뿐인
빗물 먹은 초원 위에
네 무릎 꿇고 기도하듯 앉아
되 삭임질로 젖을 만드는 어미 소
어린 송아지 걸음마다
고요한 평화가 새근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