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러운 세월의 우련한 빛은
삼천리 금수강산의
조각난 흉상(胸像)
철조망에 걸린 망부석은
오늘도 여전히 출입금지를 말하고
다만, 더운 초록빛 그늘에
맷돌 갈던 땡볕이 물거품 같다
녹슬어 몸부림치는 살과 뼈와 피,
온통 주름진 얼굴들이
메어지는 가슴 부여 안는다
허리 나뉜 설움이 어제 오늘 일이랴
잊혀진 혼백들이 묘혈(墓穴) 따라
움직일 때,
'그래 그 자리가 명당이여'하며
주저앉는 산
물소리 따라 더듬는 기억에 잊혀진
고향의 강들은 따라나오고,
다시 돋아나는 무궁화, 진달래, 철쭉이
흐드러진 꽃무리지어 하나 되었다
그렇게 아무리 녹슨 몸이라도
등줄기 하나로 이어진 뼈와 살에
도는 피,
죽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