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추위에도 얼지 않을 마음을 생각해 보면,
나에겐 속죄(贖罪)해야 할 명백한 옹졸함이 있다.
언제나 고집하는 낡은 수법의 신상명세를 바라본다.
때로 그것은 맥 빠진 자동인형(自動人形)을 연상케 한다.
남루한 혈관 속에서 영혼을 황폐케 하는,
신경을 부식(腐蝕)케 하는, 그래서 나이 먹은 분별(分別)로도
어쩔 수 없는 이 암담한 피를 모조리 흘려 버려야 할 것을.
좀 더 진지하고 무서운 생명이 그립다.
날지 못하는 새에 있어 날개는 의미가 아니듯,
믿었던 정열(情熱)도 기실, 서투른 기지(機智)의
얼룩진 모습에 불과한 것.
결국, 산다는 것은 묵묵히 견디어 가는 것.
그런 인내는 종말을 방관하는,
이 찰나(刹那)의 시대에도 신용카드처럼 유효하다.
그러나, 현실에 굽실거리는 만족이란
또 얼마나 천박한 것인가.
그렇게 몸서리치도록 안이한 속박이 두렵다.
경사(傾斜)진 인간의 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시간의 수레바퀴가 요란한 소리를 낸다.
고요가 그립다.
텅 빈 허공(虛空)이 그립다.
덧없이 쌓인 지난 가을의 낙엽이 추억을 만드는 동안,
잠시 그 낙엽이 되고 싶다. 그래도 무심한 바람은 겨울이다.
마음이 춥지 않은 자(者)들만 살아 남을 것이다.
인간의 세상처럼 어두운 저녁에. 눈이 내린다.
지독한 북극(北極)을 향하여 사람들이 걷는다.
나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