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내가 그대에게 이르는 소리가 아주 가냘퍼져서
마치 희미한 침묵과 같아지더라도
그대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한 나뭇잎 흔들리는 나의 가벼운 몸짓에도
그대는 그런 나를 아무런 탓함 없이
세상의 흔해빠진 선(善)과 악(惡)을 넘어,
눈물 속에 기꺼운 힘으로
나를 어루만져 주는
정적(靜寂)의 얼굴인 것이다
무한히 다정한, 손깃인 것이다
어떠한 감정(感情)도 증오로 키우지 않고
다만 그것들을 마음에 고요로 깃들게 한 채,
못난 내가 만든 모든 부끄러움까지도
자기 자신의 병(病)으로 대신 앓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고 하늘에 노을 물드는 것처럼,
내 날개의 절정(絶頂)이 조만간 추락할 것을
비애롭게 예감하면서도,
그대는
깊은 어둠 속의 불안한 내 발걸음을 비추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근심어린 등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