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는 나무, 침침한 도시의 한 구석에서
눈을 활짝 뜨고 얼은 몸 스치는 바람에 몸을 떤다
추억하는 나무는 여태 여름의 푸른 기억을 더듬고,
인적이 사라진 거리는 봄으로 자라나는
한 지층(地層)을 미워한다
하늘에서 꿈꾸던 새들은 자취를 감추고
그들의 흔적은 주름진 공간에
메마른 곡선을 그린 채, 어둠에 잠겼다
그들은 왜 달음질하여 모였다 헤어지고 하는지
- 꿈을 깬 새들이 다가올 때면 정작 그 이유를
묻지 못하고 수수께끼같은 시간의 멈춤은 의문의
표정이 된다 -
주인 없는 그림자들이 마지막 무대의 경련으로
휘영청한 야광(夜光)에 춤을 춘다
잊혀진 새들의 신음 소리에 잠 못이루던
영원한 독방(獨房)의 갈등이
다가서는 새벽의 곱다란 장난에 취한다
헤어나올 길 없는 발걸음으로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다
암흑의 잃어진 것들 곁에서 마음이 떨리는,
그것은 예감이 없었던 이들에겐 몸서리 나는 일
- 죽음처럼 누워있던 땅이 발돋음 하여
먼 하늘에 입을 맞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