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무덤
그 먼 땅 그 먼 산에 가고 싶다.
날 흐려 기억 어렴풋 하지만
영육이 절로 아파 기진 하지만
그 산에 오르고 싶다.
아버지 무덤에 가고 싶다.
낮은 봉분 위에 엎어져 있고 싶다.
산소 옆에 눕고 싶다.
누우면 새 몇마리 보고 싶다.
쪼그려 앉아 풀피리 불고 싶다.
흘러간 노래를 부르고 싶다.
젖은 바람에 마른 기침 멈추고 싶다.
웃 자란 잡풀 들을 이빨로 끊어내고 싶다.
들꽃 몇송이는 그냥 두고 싶다.
가슴에 귀신 같은 풀물 들이고 싶다.
뿌리 깊은 황토 내음을 맡고 싶다.
어머니 합장 하실 빈 자리에 들고 싶다.
아버지 완력을 느끼고 싶다.
눈물로 질척한 땅 오르고 싶다.
허우적 댈수록 붉은 흙발 만 무거워 져도
올라가 함께 백골이 진토 되고 싶다.
거기서 내내 넋 놓고 산이 되고 싶다.
(20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