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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무덤
작성자 뜬구름     게시물번호 -600 작성일 2004-06-15 09:54 조회수 1506

             아버지 무덤

 

 

     그 먼 땅 그 먼 산에 가고 싶다.

     날 흐려 기억 어렴풋 하지만

     영육이 절로 아파 기진 하지만

     그 산에 오르고 싶다.

     아버지 무덤에 가고 싶다.

     낮은 봉분 위에 엎어져 있고 싶다.

     산소 옆에 눕고 싶다.

     누우면 새 몇마리 보고 싶다.

     쪼그려 앉아 풀피리 불고 싶다.

     흘러간 노래를 부르고 싶다.

     젖은 바람에 마른 기침 멈추고 싶다.

     웃 자란 잡풀 들을 이빨로 끊어내고 싶다.

     들꽃 몇송이는 그냥 두고 싶다.

     가슴에 귀신 같은 풀물 들이고 싶다.

     뿌리 깊은 황토 내음을 맡고 싶다.

     어머니 합장 하실 빈 자리에 들고 싶다.

     아버지 완력을 느끼고 싶다.

     눈물로 질척한 땅 오르고 싶다.

     허우적 댈수록 붉은 흙발 만 무거워 져도

     올라가 함께 백골이 진토 되고 싶다.

     거기서 내내 넋 놓고 산이 되고 싶다.

                                                                               (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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