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면
바다에 가면
가서 발 담그고 서 있노라면
바다가 먼저 말을 걸어 온다.
"저기요, 저게 하현달 맞지요? "
바다엔 늘 바람이 분다.
난 참 나빴었다고
그건 정말 부질없었다고
잠시 두고 온 날 들을 책망하면
서툰 약속이나마 휘영청 달이 뜬다.
바다엔 한숨이 없다.
절망이 갉아 먹은 달빛 아래에서
제 동맥을 끊을듯이 자지러지다가도
섣불리 소리내어 말하지 않으려
그저 파도만 열심으로 일으킨다.
바다엔 그늘이 없다.
해와 달이 어우러져 철퍼덕 댄다.
낮과 밤이 엉겨붙어 하나가 된다.
뜬 눈으로 지새 누렇게 뜬 해가
수평선 먼 저 편
온 바다에 코피를 철철 쏟는다.
고단한 일상,
가슴 쓸어 내리며 또 먼동이 튼다.
(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