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민 온지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어떻게해서
캘거리로 오게 되었는지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간 캘거리 시내 팔경을 꼽을 만큼
이고을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참 신기한
일이기도 합니다.
작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저를 위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캘거리는 좋은 도시라 하시며
저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
아마도 그 저변에는 앞으로 실망하지 말고
낙담하지 말고 정을 붙여
잘 살아가라는 따쓰한 마음이
깔려 있는 것이었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한결같은 공통된 캘거리 자랑은
대부분
캘거리 시가 아닌 주변의 경치에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밴프니 자스퍼니.. 케네디언 록키의 장대한 자연이 가까운데 있으니
그것이 캘거리
자랑이기도 하겠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그것은 캘거리가 아니지요.
유일한 캘거리 자랑은 여름이 천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늘 맞는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 눈도 내린다는 여름이 천국일 수가 없으며
한국처럼
후덥지근하지는 않으나 따가운 여름햇살은 가히 살인적이
기까지 하니까요(강력한 자외선은 피부암등에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더우면 정말 숨이 막힐 듯도 하구요.
그러니까
캘거리의 여름이 천국인 것은 다분히 상대적인 생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겨울이 워낙 길고 지루하고 춥고 눈 많고..
이러니
짧은 여름이 천국일 수 밖에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캘거리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캘거리 시내를 이잡듯 다닌 결과 ,
마치 캘거리 택시 기사 마냥 이 곳 저 곳 누비고 다닌 결과
저는 점점 캘거리의 숨은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되었습니다.
환자를 찾아 다닌 지난 1년의 왕진거리가 거의 40000KM에 이르자
어느새 캘거리는 제게 팔경의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네요.
이제는 길을 다니는 것이 즐겁습니다.
어디를 가든 그 나름대로의 멋과 새로운 맛이 있는
캘거리..
누군가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밋밋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서울에서 먹던 가짜 평양냉면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평양
옥류관의 진짜 평양냉면의 진미를 알 수 없듯
도회문화의 잘 가꾸어지고 잘 다듬어진
세련미에만 길들여진 감각의
소유자들이라면
다소는 촌스럽고 투박한 캘거리의 참맛을
알기란 쉽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저는 캘거리 제 일경은 뭐니뭐니 하여도
NOSE HILL 이라고 단호히 말하고자
합니다.
노즈힐은 밋밋한 캘거리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누군가가 말하길 산이란 것이 나무도 없고 맨 잡초만..
그러나 노즈힐에
나무가 무성했다면 그 것은 더이상
노즈힐로서의 가치가 없었을 것입니다.
노즈힐은 산으로서 가진 포근함을 가장 풍성하게
보여줍니다.
아무런 저항 없이 자신을 내어 놓는 것이 마치 우리 동네 어디에나
있는 뒷동산 같지요. 그리 높지도 골이 깊지도 않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아침 미명에 노즈힐을 한번 올라보십시오.
나무가 없는 노즈힐이기에 오히려
맑은 산소가 듬뿍 함유된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캘거리에 해 떠오는 장면을 노즈힐은 매우 신비스럽고도
평화스럽게
보여줍니다.
존 로리 불루바드를 지나며 바라보는 노즈힐..
뒤로 가슴저리도록 푸르디 푸른 하늘과 함께
흰구름이
두둥실 걸려 있을 때의 그 풍광은
윈도우 시리즈의 바탕화면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 데서 그 글로벌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시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라고나 할까요?
우리나라의 영동 고속도로 강원도 소사에서 대관령 구간 사이
에서도 이와
유사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만
언제나 쉬운 여정이 아니지요. 한국에서는..
14 STREET 변
노즈힐은 또한 우리에게
가장 멋진 캘거리 야경을 선사해줍니다.
요즈음은 밤 11시가 지나야 가능하지만
차량을 노즈힐 언덕
주차장에 시내방향으로 주차해놓고
의자를 뒤로 젖힌 뒤 살짝 기대어
흐르는 음악과 함께 캘거리의 다운타운을 비롯한
야경을
감상해 보시지 않았다면
캘거리의 로맨티스트가 될 자격이 없는 분이지요.
캘거리의 야경은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훌륭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
다. 예를 들어 cop에서 야간 스키를 타고 내려오며 보는 캘거리의 야
경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시그널 힐 언덕위의 집에서 바라보는 야경 또한 참으로 매력적인
모습이지요. 그외에도 참 많겠습니다만 어쨋거나 캘거리 야경은
과연 캘거리의 제 2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캘거리 제 3경은 단연 천의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하늘입니다.
마치 하늘 아래 첫 동네이듯
캘거리의 하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지요.
나는 이전에는 높고 푸른 하늘만이 최고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캘거리의 낮고 푸른 하늘은
저로 하늘에 대한 관념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구름이 눈높이에 걸려 갖가지 모양을 한 채 떠있고
그 뒤로 흰구름을 더욱 희게
보이게 하는 캘거리의 푸른 하늘..
365도 어느 방향이든 막힌 것이 없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보여주듯
반구 모양을 한 것이 날마다
시간마다 그 형태와 색깔을 달리하니
매일 같이 하늘을 보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울 따름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나가셔서 하늘 한번 쳐다 보시지 않을래요?
캘거리 제 4경은
하늘과도 관련있지만 바로
저녁노을입니다.
캘거리의 SUNSET을 즐길만한 장소는 사실 여럿 있는데
저는 단연 26 STREET S.E.를
꼽습니다.
DEERFOOT TR.을 발아래로 두고
캘거리 다운타운이 지척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곳.
저멀리 로키로부터
전해져오는 황혼의 붉은 빛은
그야말로 온 영혼을 일깨워 장엄한 대 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끼게하는 위대함 그 자체입니다.
때로 다운타운의 마천루들이 그 붉은 빛을 반사해낼 때
그 아름다움은 마치 보석처럼 빛나며
아담해서 사랑스런 캘거리는
크지도 작지도 아니한 채 안성맞춤의 멋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와같은 멋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지루하고 밋밋하다 불평만 하심은 자신의 바로 곁에 존재하는
행복을 놓치고 사는 것임을
캘거리는 참으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멋스러움으로
일깨워줍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