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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야기
작성자 뜬구름     게시물번호 -722 작성일 2004-09-04 03:49 조회수 1543

              가을 이야기

 

 

     짧은 여름이 드리운 그늘 아래

     서서히 나뭇잎들 흔들린다.

     하늘은 무섭도록 깊어지고

     끝 모를 설움이 날린다.

     많은 것들이 떠나가고 있다.

     피멍드는 가슴을 감추지 못하고

     벌판에 어둔 구름 한점 고정된다.

     바늘처럼 차갑게 번뜩이며

     가슴에 한다발씩 빗살로 꽂히는 가을 비

     잎새들  안간힘으로 팔랑댄다.

     빛 좋은 자리마다 빼곡히 터 잡고

     짐짓 먼 산 만 바라보는 침엽수

     입 굳게 악다물고 저 홀로 사철 푸르다.

     그 푸르름에 가리워

     설 익은 채 맥없이 잎 떨구는 낮은 골짝

     가난한 사랑이 훑고 지나간 뒤로

     시리디 시린 이별의 깃발

     바람 부는 데로 듬성 듬성 꽂힌다.

     가지 말라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는 것 만큼 치졸한 건 없다.

     그만큼 간절함도 없다.

     허공에 날리며 허우적 대는 손짓

     텅 비어 투명한 빈손 이라서

     목이 메어도 차마 숨죽이던 노래

     어느새 하얀 서리 맞고 잦아 든다.

     가을 이다.

     떠남은 결국 혼자 남는 것

     무게 없는 낙엽에 그렇게 써 있는 걸

     그대, 울고 있는가

     그대, 정말 떠나는가

     

     

                                                                               (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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