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는
산에서는 서둘지 말자.
높이 먼저 올라가 상 받을 생각 말자.
광채나는 등산모 쓰고 서운해 하지 말자.
기념사진은 그만 찍자.
찍어도 허상만 보이는 것,
이젠 그만 찍자.
로프와 자일은 두고 오자.
그냥 오르고 또 오르자.
오를 수 있는데 까지 만 오르자.
못 오를 산 없다고는 믿지 말자.
먼 산 들의 외사랑을 애뜻하게 하자.
계곡으로 눈물 모여 숨 고르는 소리는
가슴에 쓸어 담고 오자.
파란 하늘 구름은 흐르게 하자.
바람에 잔 가지들 노래하게 하자.
지나온 구비 마다 아름다웠다 하자.
기운이 남아도 뛰지 말자.
길섶에 무너진 돌탑은 바로 세워 주자.
어떤이의 정성을 갸륵하게 하자.
산에서는 모두 가벼워 지자.
(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