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젖어 흔들리는 산이
비 내리는 날의 끝에 서있다.
가득한 빗방울 속에
어둑한 운무(雲霧) 너머 사라지는
숲의 나무들이 애잔하여
모든 습관적인 존재들을 탓하자면,
이기적인 욕망의 비만한 충고로
모난 삶에 축축해진 표정은
촛점 없어 흐린 얼굴.
오직 눈 앞 스치는 분별(分別)의 차가움에
마지막 희망까지 이해하려는,
이 혼(魂)이 정말 밉다.
어디엔가 살아남은 온기(溫氣) 있을까.
무거운 심금(心琴)에 감기우는 눈시울은
또 그렇게
무너지는 하루의 풍경.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