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은 멀리서 보내 온 세월의 소식인 양,
그리운 가슴마다 봉긋이 차오르는 외마디 말이 되고
허공에서 속삭이는 귀설은 흰빛 언어들이
지금이라도 금방 하얀 눈처럼 뿌릴 것 같은 날입니다.
외로운 나의 가슴에 오늘 그렇게 하얀 눈이 쌓인다면,
나는 문득 홀로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아주 소박한 곡조(曲調)로,
비록 그것이 단조로운 멜로디일지라도,
세상살이로 차갑게 얼어붙은 이 마음에
따뜻한 숨을 불어 녹일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저무는 한 해의 모서리에서,
입벌린 가슴의 헛헛한 상처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뻔뻔한 나이테를 그립니다.
우르르 달려드는 외로운 시간 앞에서 옷깃을 여밉니다.
지나간, 또는 지나가고 있는, 혹은 앞으로 닥쳐올 것들을 위해,
이 겨울을 차라리 뜨겁게 호흡하고 싶습니다.
아직도 세상을 몰라,
지금껏 그렇게 사랑의 꿈을 보듬습니다.
오늘 눈이 내린다면,
눈감고 오직 고요한 풍경을 그려 보렵니다.
이따금 멀리에서 아이들의 썰매타는 소리 들리고,
눈 덮힌 언덕엔 온순한 노루의 조용한 고개짓.
그런 풍경을 눈쌓인 가슴에 그리며
세월로 빛바랜 마음이지만,
차가운 세상 속에 따뜻한 삶이 담겨진
현재의 무게를 재 보렵니다.
그대를 생각하는 날, 눈이 올 것 같은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