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 자락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시내 운님이 담아 놓으신 애틋한 그리움 가득한 시의 대야에 코를 박으니 잔잔한 파문이 조심스레 퍼지며 재작년에 천국으로 이민가신 어머니품이 많이 그리워 집니다.
하루가 열려 지고 있는 희부윰한 시간......
시향과 시심이 더욱 도드라져 다가옵니다.
☞ 시 내운 님께서 남기신 글
개숫물에 코를 박고
시내 운
칠첩반상
그득한
산해진미
수저들어 휘저으며
목구멍으로
넘길때
부엌 간 에서
알뜰 살뜰 살림 챙기신
노모의 정 몰랐나니
밥 주발 국 대접
보시기 종지마다
소담스러이 담겨진 먹걸이
목구멍으로
넘길때
부엌 간 에서
온갖 양념 버무려가며
맞 내려 간 맞추신
노모의 정성 몰랐나니
햇보리 피기전
보리고개에
산나물 멀건 수제비
목구멍으로
넘길때
자신의 허기진 배
행주치마로 질끈 동이고
이 자식 배불리 먹이신
노모의 사랑 몰랐나니
서양 땅
부엌 간 에서
앞치마 두르고
개숫물에 코를 박고
설움 처럼 엉겨붙은
버터
치즈 비개덩이
헹구고 닦아 내다보니
철부지적
응석도 투정도 불평도
후회 스러워
허접 쓰레기와 같이 버리고
허드렛 일로
날이 저물매
극진했던 노모의 정
그리워
눈물
콧물 쏟으며
개숫물에 코를 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