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 왔나 봅니다.
세상이 날 밀어낸 만큼,
나는 나로 부터도
아주 많이 멀어진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남의 땅에 사는 처지라,
늘 영혼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철 없는 몸도 따라,
시름하니 아픈가 봅니다.
한 때는
노래하는 마음이 이정표(里程表)였는데,
지금은 희미한 윤곽만 남긴 채
그나마 알량하니, 밥 먹고 살아가는 일에
매사 걸리적 거리기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시라도 한 편 쓰려고 하면
가슴 깊은 곳에 또아리 튼 심한 현기증만
모락 모락 하얗게 솟아 오릅니다.
아득히 흘러간 건 세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였던 모양입니다.
차가워지는 계절에 문득, 되돌아 보니
걸어온 길은 비록 나를 닮아 황량했지만,
베풀어 주신 정(情)으로 이따금 환했던 흔적도
절망의 아팠던 길 모퉁이마다 눈물겹게 비추입니다.
오랜 세월, 빈 가슴에 그리 많이도 찢겨져
허공에 펄럭이는 그리움 하나,
바람에 실려 띄웁니다.
혹여 바람이 전하는 소식, 받으시거든
맑은 햇살이나 한 줌 보내주소서.
막차에 실린 까마득한 잠 속에서나마,
님처럼 따뜻하고 싶습니다.
이 겨울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