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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수술하든지 그 나라를 떠나든지......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0300 작성일 2017-08-20 14:04 조회수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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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우파진영의 토요일 보스턴 원정집회는 초라한 실패로 끝났다.

샬러츠빌 원정집회가 전국에서 몰려든 네오나치나 쿠 클럭스 클랜과 같은 불청객들의 난동으로 인해 난장판이 된 후, 대안우파 리더들은 "자신들이 이런 극우집단과 다르다" 며 '만일 우리 집회에 신나치가 또 참석하러 온다면 우리 손으로 그들을 내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히는 등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총력전을 별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보스턴 시내에서 열린 남부연합군 장군 동상 철거 반대 집회에는 고작 수 십 명 (현지 매체의 표현에 따르면 a few dozen) 정도만이 참가했다.


이들의 문제는 집회 실패로만 끝나지 않았다.  

대안우파가 보스턴 공원 (Boston Common) 에서 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을 규탄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온 보스턴 시민들의 숫자는 무려 4 만 여 명 (보스턴 경찰국 추산)에 달했다.

'Hatred Can Never Make America Great' (증오는 미국을 절대로 위대하게 만들 수 없다) 'Nazi/KKK Out!' (인종분리주의자들은 미국에서 나가라!)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든 시민들은 대안우파의 보스턴 집회가 열리는 것으로 알려진 다운타운 Boston Common 으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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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우파의 망동을 규탄하기 위해 Boston Common 으로 행진하는 보스턴 시민들

(로이터통신 사진들) 



인구가 70 만 명도 안되는 소도시 보스턴의 고풍스런 거리들이 분노한 대규모 인파에 의해 순식간에 점령당하자 보스턴 경찰은 혼비백산했다.

경찰은 군중의 돌발행동에 의해 위험에 빠질지도 모를 수 십 명의 대안우파 집회참가자들을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탈출시키는 작전을 펼치는 한편, 경찰국 트윗을 통해 대안우파의 'Free Speech Rally'가 종료되었음을 서둘러 발표했다.

대안우파의 Free Speech Rally 에 참석한 사람들 중 '도널드 트럼프' 로고가 찍힌 모자를 쓴 사람들이 시민들에게 붙잡혀 봉변을 당하기 직전 '평화와 질서'를 외치는 다른 시민들에 의해 가까스로 풀려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저녁 "증오와 편견에 맞서 싸운 보스턴 시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며 "미국은 다시 단결하여 하나가 될 것" 이라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이제와서 그런 말을 한다고 네가 자리를 보존할 수 있겠느냐? 


대안우파의 남부연합군 상징물 보존투쟁이 실패한 이유는 자명하다. 

미국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인종분리주의자'들이 지기들의 집회에서 준동하는 것을 용인하고 부추키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이 정파의 멘토이자 대표적 이데올로그 스티브 배넌이 지난 16 일 대안우파의 중심이론인 미국우선주의 또는 economic nationalism(경제국가주의) 가 인종주의와 다르다는 것을 설파하기 위해 네오나치나 쿠 클럭스 클랜을 '주변부 쓰레기' 라는 용어까지 동원해가며 비난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그들이 자신들의 비전과 "주변부 쓰레기"들의 아우성간에 존재하는 차별성을 주장하고 싶었으면 트럼프 선거운동이 시작된 2 년 전 부터 확실히 선을 그었어야 했다. 


사실 이들이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적어도 남부연합군 상징물을 역사유적으로서 보존하자는 정도의 그들의 캠페인이 성공할 수도 있었다.

미국인들의 절반 정도는 굳이 역사 유적물을 철거할 필요까지는 있겠느냐 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 역사학자나 큐레이터들도 철거이유가 좀 더 명확해지고 시민합의가 무르익을 때까지 보존하자는 데 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그들 스스로 이 기회를 걷어차 버림으로서 그들의 이 작은 희망조차 다 물건너 갔다.

샬러츠빌 사태는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다.

심지어 문제의 발단이 된 동상의 장본인 로버트 리 의 후손들조차 "우리 로버트 할아버지가 지금 이 시대에 살고 계신다면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내놓으실 것"이라며 동상철거에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양비론을 지껄임으로써 대안우파가 문제가 아니라 보수진영 전체에 덩달아 치명상을 입혔다. 


인종분리주의란 미국 같은 나라에 아무런 비전을 주지 못하고 파괴적이기만 한 암세포나 질병에 불과하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리즘처럼 박멸과 봉쇄의 대상일 뿐이지 기회주의적인 양비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샬로츠빌 사태에 대응하는 대통령의 기회주의적인 처신에 가장 먼저 화들짝 놀란 집단은 미국의 군부였다.

비백인 (non-white) 이 장사병의 절반을 차지하는 군부가 인종문제에 휘말린다면 미국은 그야말로 끝장이 나는 지옥의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망동은 이제와서 사과나 입장변경 정도로 얼버무리기에는 너무 과오가 크고 때도 늦은 것 같다. 

다만 문제는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에서 권력공백이 발생해 백악관의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의 권고대로 스스로, 그리고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사임하는 게 자신과 미국을 위해 좋다. 


앞으로 미국에서 인종간 증오를 조직적으로 선동하는 행위는 단순히 형법상의 차별금지법 정도가 아닌,

국가전복 또는 반역혐의로 강력하게 규제해야한다는 의견에 찬성한다. 

네오나치나 쿠 클럭스 클랜 조직원들은 하루빨리 자신들의 머리를 수술하든지, 아니면 어제 보스턴 시민들이 외쳤던 것처럼 미국을 떠나는 편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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