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뿌연 가로등 아래서 눈, 폭발하고 있다.
지뢰에 발목 잃은 군인처럼 절뚝거리는 거절당한 말들
기어가고 있다.
하루라는 도화지를 몇 번이나 칼로 죽죽 그었던가
늦은 귀가길 가로등 밑에서 조각 맞춤을 한다.
아빠
달려 나온 아이들 한 팔에 하나씩 태우고
아내에겐 끼워 맞춘 도화지를 건넨다.
아무 일도 없었어.
하얀 눈 듬뿍 퍼서 세수하고 나오니
작은 술 상 위에 새 도화지 한 장.
아이들 그려져 있다.
거실
희뿌연 형광등 아래서 눈, 폭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