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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별로 혐오스럽지는 않았던 장 모 씨와의 만남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0819 작성일 2018-04-19 18:48 조회수 3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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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과 정치적 이념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도 왠지 밉지 않은 사람이 있다.

진보든 자유주의자든, 저기 앉아있는 저 사람처럼 극우에 가까운 인물이든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이념의 좌우에 관계없이 삶의 자세가 일관되고,

조무라기처럼 너절하게 행동한 적이 별로 없는 인물에 대해서는 혐오감정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그는 자기 부하들에게 체포, 감금된 적이 있었다. 

대륙을 침략해 들어오는 일본과 싸울 생각은 않고

공산계열 때려잡는데만 열중하는 그를 답답해 한 그의 직속부하 장쉐량이 예하 부대를 동원해 그를 체포한 것이다.

그는 하극상을 일으킨 동북군 지휘관들에게 홍군과의 전시연대를 구두로 약속했다. 

제 2 차 국공합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연금에서 풀려난 후 그는 1945 년 일본과의 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공산계열과의 전시연대를 파기하지는 않았다. 

비록 자기를 체포 연금하는 하극상을 일으킨 장쉐량의 군사지휘권은 박탈했지만 감옥에 가두지는 않았고,

자기 입으로 한 그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는 수세식 좌변기가 없는 도시에서는 항일투쟁을 할 수 없다며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미국도시들만 전전하면서 빈둥거린 적도 없고,

자기나라 수도 시민들을 사지에 내팽개친 채 마누라하고 둘이서만 기차타고 도망간 적도 없으며

친일을 했다가 좌익을 했다가 반공을 했다가 미친놈 널 뛰듯이 시류에 따라 왔다갔다 한 적도 없다. 


대륙을 포기하고 타이완으로 쫓겨가면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중국의 지주, 관료들은 물론 우파진영의 죄수들까지 데려갔다. 

위험을 무릅쓰고 1 백 만 점에 달하는 중국의 유물들도 싣고 갔는데 

그들을 추격해 온 마오의 홍군은 귀중한 문화재가 전투로 유실되거나 파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격을 중지하고 패주하는 국민당 잔당들을 그대로 살려보내기도 했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이 마지막 '국공합작'은, 70 만 점의 중국보물과 미술작품을 상시전시라고 있는 세계 최고의 '국립고궁박물원'을 탄생시켰다.  


Coo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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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만 좋다면 석양은 어디나 다 아름답다. 

단수이의 석양이 특별히 멋지다고 소문난 이유는 아마도 타이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유명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주걸륜의 아버지가 럭비부 학생들을 혼내주던 그 운동장은 담강중학교가 아니라 진리대학 안에 있었다. 


타이베이 도착 다음 날 오후

단수이역 뒤로 이어지는 약 2 km 정도의 해변산책로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산책하는 기분은 장거리 비행과 시차로 인한 피로를 말끔하게 가시게 했다. 

이 산책로를 걸을 때는 버블티보다 차가운 망고스무디가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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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해안에 있는 이 유명한 지질공원의 이름은 예류다. 

바람의 조각품으로 알려진 hoodoos 침식바위들이 해변가에 가득하다. 

수 천 만 년 된 바다생물들의 화석들을 눈으로 직접 보는 흔치 않은 경험도 할 수 있다. 

지질공원의 한 켠 에서는 특이하게 생긴 침식바위 옆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침식바위들 중 무수리 머리를 닮은 바위기둥이 그곳에 있다고 하는데

근처에 가서 보니,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목이 가냘픈 무수리 머리형상을 한 침식기둥이 하나 서 있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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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Queen 이라는 곳에서 파는 hot fudge sundae 를 좋아한다.

차갑고 질좋은 아이스크림에 부어먹은 뜨거운 리퀴드초콜릿은 매력적인 맛의 여왕(무수리가 아니고)임에 틀림없다. 

지우펀 좁은 시장거리를 아무리 둘러봐도 sundae 파는 가게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땅콩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들고 아메이 찻집이 보이는 작은 공터로 갔다.

터무니없이 많이 몰려든 인파에 떠밀려 간신히 공터에 들어간 후,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고 건너편 찻집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미야쟈키 하야오,, 이 영감태기한테 속은 것 같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우펀의 석양은 단수이의 석양과는 또 다른 종류의, 깊이있는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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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 뒷 이야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우펀 석양 삼매경에 빠져있던 그 부활절 토요일 그 순간에

평양에서는 세계사의 물줄기를 완전히 돌려놓게 될 기념비적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백악관이 파견한 비밀특사와 북코리아 최고지도자 간의 만남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결말을 맺은 것이다.


어제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말을 남겼다

“They do have my blessing to discuss the end of the war,”

이 말을 한국말답게 번역하면 '그들이 전쟁을 끝내는 것을 내가 허락한다' 는 말이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건방진 작자이기는 하지만 

전쟁 당사국 대통령이 굳이 이런 식으로 표현하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그 말을 듣고 싸르니아는 이런 말을 남겼다.  

Let's see what happens.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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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ta  |  2018-04-2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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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개석 총통이죠?

중국의 등장과 더불어 장개석 총통에 대해서 잘 몰랐던거 같습니다.
약속과 넓은 도량을 보니 충분히 존경할 만한 인물이군요.

정치색에 따라 중국에 대한 평가도 많이 달라지는것 같지만,
그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는게 맞는것 같군요.

이 편곡은 첨 들었습니다만, 참 주제에 잘 어울리군요!



clipboard  |  2018-04-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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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우리가 옛날에 그를 장개석이라고 불렀는데 介石은 그의 자 라고 합니다. 본명은 중정, 그래서 그의 기념관 이름이 중정기념관이더군요. 1947년 일어난 2.28 사태의 유족들이 이 글을 본다면 분개할 수도 있지만, 당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격에 관한 이야기를 외국인 여행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이니 이해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키 구라모토의 Forest 피아노 연주곡은 몇 번 올린 적이 있는데 오키스트라 연주곡은 처음 올립니다. 피아노 연주곡에 비해 상큼한 느낌은 떨어지지만, 대신 장중함이 가미되어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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