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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한국이 처음은 아니지?
인천국제공항 제 2 청사로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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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행자에게 가장 교통이 편리한 두 동네를 꼽으라면,
첫째 동교동이고 둘째 공덕동이다.
공항철도가 직통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에는 숙소를 각각 두 동네 나누어서 지내보았다.
여기는 공덕동 숙소
작고 소박하지만 저렴하면서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비즈니스 호텔이다.
예약할 때 방이 좁아도 좋으니까 전망이 좋은 곳으로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건물과 마주보는 방 대신 도로를 비스듬이 바라볼 수 있는 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른쪽으로는 마포대로와 한강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공덕동 재래시장 골목과 다가구 주택가가 보인다.
마포대로 맞은 편에 보이는 브라운 계통의 나지막한 건물이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이다.
공덕동은 갈비와 족발이 유명하지만, 이 동네에 왔으니까 을밀대에 가 보기로 했다.
마포 동도고등학교(구) 뒷편에 있는 냉면집 을밀대를 말한다.
평양 금수산에 있는 을밀대와는 다른 곳이므로 혼동하면 안된다.
다른 평양냉면 명가들에 비해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지만 가격은 다소 저럼하다 (1 만 1 천 원)
11 시에 갔는데도 자리가 없어서 카운터 자리에 앉게됐다. (가서 문 옆 카운터 보시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된다)
다 먹고 앉아있는데, 역시 다 먹고 나온 손님이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에게 돈을 낼까말까 망설이는 눈치다.
식당직원 : 혼자신가요?
싸르니아 : 네. 아직 싱글이예요.
유명식당 앞에 줄을 서 있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저렇게 줄을 앉아 있는 모습은 처음봤다.
종로 5 가 광장시장 대구매운탕 골목에는 오후 두 시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저렇게 줄을 지어 앉아있다.
가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2 만 원 이었을 것이다. 밥과 술은 물론 따로다.
맨 아래 깔려있는 콩나물과 마른 새우가 국물을 시원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내 기억으론 돈내고 토스트를 사 먹어 본 게 처음인 것 같다.
일요일 아침 7 시 경 골목 안쪽에 문을 연 토스트가게가 있길래 한 개 사 먹어보았다.
이삭토스트라고 부르는지, 아니면 아이작토스트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중독성이 느껴질만큼 그 맛이 제법이었다.
가격은 아메리카노 포함해서 6 천 원 정도 였을 것이다.
나는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들고 돌아다니면서 마시는 버릇이 있다.
안 좋은 버릇인 줄 알지만, 그래서 대부분은 저렇게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사게 된다.
다만 한국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때만큼은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매장 안에서 마시고 나온다.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져 있는 종이컵을 길거리에서 들고다는 게 창피해서다.
이유는 딴 게 아니고, '엉터리 커피값을 지불한 호구'라고 길거리에서 광고하고 다니는 것 같아 그런 느낌이 든다.
고객들이 창피하다고 항의를 했는지, 작년까지 5,500 원이던 아메리카노 가격이 4,100 원으로 내린 것 같긴 하다.
짬을 내어 부산, 강릉, 여수에 다녀왔다.
강릉은 새로 개통한 경강선 KTX 가 궁금해서 갔고, 여수는 누군가가 여수 향일암에 가 보라고 추천해서 갔다.
돌산반도 끝에 있는 향일암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기차시간에 조금 남았길래 여수 시내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저 7 천 원 짜리 백반은 '돈을 받고 밥을 파는 밥집의 장인정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큰 가르침을 준 곳이었다.
반찬가짓수가 가격에 비해 많고 적음을 떠나 반찬 한 가지 한 가지가 '정말 장난이 아닐 정도'로 뛰어났다.
잡내 하나 안나면서 간이 딱 맞는 돼지고기볶음에서부터, '이렇게 맛있는 숙주나물무침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밑반찬에 이르기까지...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 한인식당들이라는 곳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숙주나물 무침은 하나같이 시고 달았다.
저 나물이 쉽게 상해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식초로 양념을 강하게 하는 건 이해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나오는 반찬에 돈을 내고 먹고 싶단 생각이 두 번 다시 들지 않았었다.
7 천 원만 내고 나오기 미안할 정도로 감동을 안겨 준, 여수 중앙시장 부근의 서울식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식당은,
지금까지 가 본 대한민국 식당들 중 최고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다.
114 년된 식당 설렁탕, 그 범상치않은 평범함
박헌영과 손기정과 김두한을 아시는가?
박헌영은 북에서 부수상을 지낸 공산주의 운동가였고, 손기정은 1936 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였으며, 김두한은 '장군의 아들'과 '야인시대' 주인공이다.
종로구청에서 인사동으로 넘어가는 골목길 한 켠에 그 사람들을 충성단골로 두었던, 역사가 무려 114 년 된 설렁탕집이 있다.
1904 년에 개업했다.
1908 년에 창립한 미국의 자동차회사 GM 보다 4 년 선배고,
1919 년 임시정부로 출범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보다 무려 15 년 더 일찍 문을 열였다.
맛은 어떨까?
114 년된 명가 음식의 맛이라고해서 밥먹다말고 놀라서 뒤로 자빠질 정도로 특별한 것일까?
'이문설농탕' 맛의 특징은, 설렁탕 특유의 고소한 향이라곤 전혀 없이 뭔가 끓이다 만듯한 밍밍함인데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그릇을 비우게 만드는 이상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설렁탕이라고 표현하면 적당할 것 같다.
다른 집 설렁탕과는 달리 국물이 터무니없이 하얗지 않다.
갈비탕인지 설렁탕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국물색이 진하지 않다.
쓸데없는 것을 넣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식당 역시 서울미래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종로구청 앞에 있는 청친동 장터 감자탕집 역시 은근히 손님들이 들끓는 집이다.
명가들에 비해서는 저렴한 가격인데도 내용과 맛이 충실해서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인사동 오설록차와 치즈케이크
공덕동 미꾸라지 튀김 (남원추어탕)
연남동 카페
The supertemporal capital of R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