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조윤하 시인의 <나무 달력> 그리고.. 나무에 깃들여 - 정현종 시인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0984 작성일 2018-06-17 11:34 조회수 1994

나무 달력 / 조윤하

늘 한 자리에 꿈적않고 서서
계절을 견디며 풍상을 겪는 몸태로
내 침상위 창문 너머 걸려 있는
몇 천겹살 숫자를 달고 있는
늙은 느릅나무,

이른 새벽마다 누운 자세로
하루를 살피는 시간
휘뿌연 새벽빛 걷히며
서서히 옥빛 하늘의 배경 사이로
오늘의 숫자를 읽어내다

달이 바뀐 4월의 휘어진 등걸너머
가지 끝 마디마다 속깊이 품었던
새들의 부리만한 촉수들
주둥이를 모아 삐죽이 혀를 내민다

한 날이 지나면
확대되는 문자의 크기들
주말엔 붉은 쟈킷을 걸치는 휴일도 없이
연두 연두 초록 초록, 진초록...

그렇게 한 철 푸르다가
때 되면 다 털어준 빈주머니에
철든 나이테를 챙기며
또 한 해의 세월을 몸에 감는
고령의 굽은 등
천세력 카렌다로 허공에 걸린 채
사철 하늘이 내린 옷만을 입고 서 있다 




평북 용천 출생
8.15 해방 이듬 해 임진강을 넘다
서울여상(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졸업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59년 <자유문학> 詩부문으로 등단
1991년 캐나다로 이민
캘거리 문인협회 회원



-------------------------------



간만에 CNdream 에 들렸다가, 귀한 시 한 편 읽습니다

이따금,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우아한 영혼을 지닌 존재는 나무가 아닐까 하고

- 이런 말을 하면,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칭하는 인간들이 펄펄 뛸까요 (웃음)


나무 달력...

그 천세력(天歲曆, 혹은千歲曆)


나이테로 새겨진, 그 달력은 참 많은 걸 말해주고 있네요

매일 매일의 날마다 푸른 영혼의 방점(傍點)을 찍으며 우리들에게
무언(無言)의 가르침을 줍니다

시를 감상하니, 선배 시인의 시 한 편도 떠올라 옮겨봅니다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 정현종, <나무에 깃들여>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난 정현종鄭玄宗 시인은 大光高와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 첫 시집 '사물의 꿈'(1972)을 시작으로
'나는 별아저씨',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등의 시집을 냈다. '고통의 축제' 등 시선집,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의 산문집도 있다.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受賞했다.





오랫만에 고교 선배의 시를 대한다.

그의 시편들에선 언제나 갈등보다는,
조화(調和)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생명의 내적 교감(交感)을 통해서, 자연에의 경이감,
나아가서는 생명의 기쁨 같은 걸 말한다 할까.

오늘의 시에서도, '나무'를 통해 말해지는
생명의 소리가 선연(鮮然)하다.

생각하면... 오늘의 인간들은 얼마나 많은 자연성(自然性)을
상실해 가고 있는지, 그리고 또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지.

짧은 詩이지만...

'나무'라는 상징을 통해서 표현되는 생명으로서의 일체감은
공동체 안에서 조화로운 삶의 실현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아름다운 질서를 우리들에게 하나의 표상(表象)으로
환기(喚起)해주고 있다.

새삼, '나무'는 태초(太初)의 언어로 오늘도 우리들에게
자연적 존재로서 <생명의 자기실현>을 말해주고 있음을
깨달으며...


                                                                              - 희선,



Nelson Eddy Sings Joyce Kilmer's Trees



0           0
 
민들레 영토  |  2018-06-17 22:50         
0     0    

자연계내 동물성과 식물성 (인간과 나무)의 경계에서
저는 나무를 대할 때마다 숙연해 지는 마음으로
짙게 물이 들거나 영혼이 깊게 묻혀버릴 때가 있습니다.

사철 나무에서 넘겨받는 맑은 산소며
유 무형의 소재속에 말없이 베푸는 사랑의 생명체 앞에
영혼 하나 맑아지지 못하는 어리석음,

안시인의 시감상
특히 정현종시인의 시감상에
자연성을 상실해 가는 인간의 부끄러움을 공감하며
오랫만에 저의 졸시 감상을 통해 안부를 주고 받게되어 반갑습니다.

늘 좋은 글, 이 곳을 통해 수혈해 주시는 덕분에
저보다 건안하심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더욱 뿌리깊은 나무로 자리하셔서 좋은 시나무의 그늘을 부탁합니다.

조윤하.

안희선  |  2018-07-03 03:54         
0     0    

누님 시인님,

오랜만에 안부 인사 여쭙니다

누님의 시를 감상하다가, 문득 선배 시인의 시와
조이스 킬머의 [Trees] 도 떠올라
느낌 몇 마디 적어보았네요

늘 옥체 존안하시고,
건필하심을 기원합니다

다음글 정세가 거꾸로 뒤집힐 수도 있는 미국발 중대사태
이전글 [연재칼럼 - 종교문맹퇴치 20] 이 세계 이외에 (죽은 후 가는) 또다른 세계는 없다!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RCMP, 경찰 합동 작전, 수..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캐나다 우편대란 오나…우체국 노..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AIMCO 논란, 앨버타 연금 ..
  주정부, AIMCO 대표 및 이..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