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미이나리타이샤
교토는 도시 전체가 천하명당이라는 '썰'이 있다.
인도의 바라나시와 함께 기(energy)가 센 도시로 알려진 교토의 거리들은
그 기를 받아서 그런지 '아무리 걸어다녀도 피곤하지 않다'는 여행자들의 속설로도 유명하다.
도시풍경을 두고 절경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나,
시선을 오래 붙잡는 은은한 매력이 여행자에게 피곤해 질 틈이 없게 만드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천 년 동안 한 나라 수도(capital)의 자리를 고수했고, 지금도 그 이름만큼은 여전히 수도(京都)로 남아있다.
150 년 전인 1868 년
새 일왕 메이지가 잠시 다녀오겠다며 슬그머니 에도(江戶)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결국 수도 자리를 에도에 내주고 말았다.
일왕은 비록 그렇게 에도로 떠났으나,
그 후 에도는 교토 동쪽에 있는 수도(東京)라는 의미인 도쿄로 그 이름이 바뀌었을 뿐, 감히 수도(京都)라는 이름을 빼앗지는 못했다.
멀쩡한 '천하명당'을 버리고 수도를 옮겨서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세기 중반부터 일본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많이 생긴 것이다.
1945 년 태평양전쟁(대동아전쟁)에서 패전했고,
1985 년 플라자 합의 이후 잃어버린 20 년이 도래했으며,
관동, 고베, 도호쿠 등지에서 기록적인 인명피해를 낸 지진과 쓰나미를 겪기도 했다.
교토는 지진과 전쟁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일본의 다른 대도시들과는 달리,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에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2차대전 당시에는 연합군의 폭격배제정책에 따라 전쟁피해도 거의 입지 않았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배제대상에 올랐던 적국도시는 일본의 교토와 독일의 교육문화도시 하이델베르크였다.
당시 교토제국대학(지금의 교토대학교) 물리학부에는 세계에서 두 번 째로 규모가 큰 우라늄 농축시설, 입자가속기가 완성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교토가 원폭투하대상 영순위였는데도 불구하고 워싱턴DC 전쟁지휘부는 끝내 이 도시를 원폭투하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온 하나미코지 골목거리들
교토에서의 첫 날 아침은 난젠지(南禪寺)에서 유유자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보통은 은각사(긴카쿠지)에서 출발해 철학의 길(데츠가쿠노미치)를 산책 한 후 에이칸도를 거쳐 난젠지로 가는 코스를 택하지만,
아침잠 없는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교토의 보석 난젠지에서 명사찰의 고즈넉한 이른 아침을 만끽한 다음
부근 조그만 카페에서 녹차를 한 잔 마시고 철학의 길을 천천히 산책해서 은각사로 향하는 것도 추천할만한 코스다.
난젠지와 수로각
에이칸도에서 철학의 길로 가는 도중 만난 아기자기한 선물가게
정원이 아름다운 은각사 (긴카쿠지)
은각사(긴카쿠지)와 일본어 발음이 비슷해서 헷갈리기 쉬운 금각사 (킨카쿠지)는
그 위치상 은각사와 정반대인 도시의 서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로쿠온지라는 정식명칭 대신 주로 금각사로 알려진 이 절은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비교적 최근인 1955 년 복원된 구조물인데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금각사 (킨가쿠지)
사람이 북적이는 주말 오후 쯤 가면 좋은 장소도 있다.
기요미즈데라(清水寺)가 그런 곳 중 하나다.
기요미즈데라 자체는 난젠지처럼 이른 아침에 가도 상관없으나,
부근에 있는 니넨자카와 산넨자카의 오래 된 상가거리들은 가게들이 문을 열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간에 가야 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사찰의 본당은 공사 중이라 거적떼기를 둘러쓰고 있어서 그 전체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으나,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지었다는 이 거대한 사찰 내부 구석구석은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다.
기요미즈데라, 니넨자카, 산넨자카
이 길을 걷다가 넘어지면 2 년 또는 3 년 안에 죽거나 커다란 재앙이 닥친다는 말이 있다.
이 길에서 자빠진 사람들이 2 년 또는 3 년 안에 죽거나 커다란 재앙을 맞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싸르니아는 교토에 와서야 깨달았다.
그들이 천하명당 교토의 엄청나게 센 기를 받고 돌아갔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나리역 부근 기차 건널목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다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후시미이나리타이샤로..
교토역 부근 숙소에서 내려다 본 소박하고 나즈막한 스카이라인
목적지 공항의 정식명칭은 간사이국제공항(關西國際空港)이다.
캐나다에서 간사이공항이라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냥 오사카, 또는 오사카-간사이라고 부른다.
가는 길 비행시간은 이륙후 11 시간 30 분, 오는 길 비행시간은 이륙 후 9 시간 30 분으로 서울인천행 비행시간과 비숫하다.
밴쿠버에서 직항이 하루 한 편 운항한다.
간사이공항에서 교토까지 가는 가장 일반적인 교통수단은 하루카특급을 이용하는 것이다.
숙소가 교토역 부근이라면 당연히 하루카특급을 추천한다.
승차권은 현지에서 사는 것보다 여행사이트에서 미리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간사이공항에서 교토역까지의 소요시간은 70 분이다.
하루카특급 객실모습 (간사이국제공항-교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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