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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기 불편하지만 본대로 느낀대로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2464 작성일 2019-11-09 14:26 조회수 2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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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두 번 씩은 한국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다. 

사실 이 영화는 볼 생각을 안 했는데, 

지난 10 월 18 일 개봉한 이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마침 집에서 불과 5 분 거리에 있는 극장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싸르니아는 어젯밤 2 개월만에 극장에 행차하게 되었다.


극장은 주로 평일 이른 저녁에 가곤 했는데, 

눈보라가 휘날리는 금요일 오밤중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것도 처음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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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지 3 주가 지난 영화인데도 상영관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한국영화를 보러 가면 대개 한국사람들이 태반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달랐다. 

영어권 사람들은 보통 영어로 더빙된 영화가 아니면 잘 안 보는데,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권 관객들이었다. 


관객들 중에는 한국계 2, 3 세로 보이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온 경우도 간간히 보였다. 

나이또래의 동포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긴 눈보라치는 오밤중에 영화보러 싸돌아다니는 어르신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안녕, 어르신 친구 o/ 나도 맥카페에서는 어르신이야 ^^


영화는 스토리전개가 빠르고 명확한 편이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근데 송강호 부인이 짜빠구리를 끓일 무렵부터 필름이 슬슬 끊어지더니 그 이후 스토리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뒷자리에 앉은 어떤 여자관객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내가 놀라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들을 다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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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막에는 초반에 pretend (~척하다) 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왔다.

포스터 문구에는 act like you own the place 라고 되어있다. 

여기서 the place 는 단지 그 집만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기생충 가족이 획득한 모든 가짜신분, 희망하는 가짜계급까지가 포함된다.

그래서 the property 라고 하지 않고 the place 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영화의 일부분을 조느라고 놓쳤기에 여기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 같은 것을 늘어놓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화를 꼼꼼히 다 보았다고 스스로 믿고 감상평을 딱 한 부분만 내놓자면 다음과 같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첫 개봉했을 무렵, 그러니까 약 몇 달 전, 

넘을 수 없는 계급의 장벽을 주제로 하면서도 선악구분을 하지 않았다는 평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영화를 보고난 지금 내 생각이 달라졌다. 


선악을 구분해 놓치 않은 게 아니라, 선악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슬쩍 거꾸로 바꾸어 놓았다는 게 내 느낌이다. 

그는 주연 기생충과 지하실의 조연 기생충의 입을 통해 

영화의 진심을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부자는 착하다"

"Respect!!" 


부자는 비윤리적 착취계급이라는 관념의 틀에만 갇혀있으면 이 말들이 부자에 대한 조롱으로만 들릴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가치가 뼈속 깊숙이 철저하게 박혀있는 대부분의 북미관객들에게는 이 말이 취중진담처럼 들릴 것이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 주는 부자와 가난한 자의 행동 역시 그러하다. 

사기와 거짓말, 무례와 욕설, 상호 뒤통수 까기, 폭력과 살인은 모두 가난한 자들의 전유물이다. 

반면 부자는 약간의 위선과 경계심만 드러내 보일 뿐이다. 

트럼프에 학을 뗀 북미관객들에게는 위선도 예절의 일종인만큼 위선에 대한 거부감 별로 없다. 

오히려 '위선'은 '무식'의 반대말로서 '배려'의 동의어 비슷한 말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 봉준호 감독은, 

예를들면, 사회경제적 상류계급 10 퍼센트와 사회경제적 하류계급 10 퍼센트를 표본집단으로 하여 종합적 인성검사(지능, 책임감, 인내심, 근면성 등등)를 하면 아마도 상류계급 표본집단 10 퍼센트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한 검사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이런 류의 불편하면서도 그 표현이 터부시되어왔던 진실의 가려진 이면들을 까발기는 취미를 가진 감독인 것 같다. 


불편한 진실들은 새삼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폭로될 때, 

개인의 인성과 능력자체가 우선시되는 문화권에서는 충격이 덜하지만, 

집단과 소속의 등급이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의 인성과 능력을 override 하고 선규정하는 사회에서라면 심각하게 충격적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잔혹하고 위험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개연성없이 과도할 정도로 폭력적이어서도 아니고,

계급의 장벽은 재산 지위같은 물질적 장벽이든 냄새(품격)같은 문화적 장벽이든 결국 넘사벽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겨서도 아닐 것이다.


어차피 블랙코미디인데 개연성이 없다고 불편해야 할 이유가 없고 

계급의 장벽은 넘사벽이라는 평균적 진실을 담은 영화는 차고도 넘칠텐데 이 영화가 새삼 불편할 이유도 없다. 


자학적이어서 불편하다는 평도 있는데 위에 열거한 이유보다는 사실에 근접해 있다. 

근데 진짜 이유는 이거 같다.

부자들은 대개 착하고 부지런하며 가난한 자들은 천성적으로 게으르고 비열하다고 메시지를 은연중 날리고 있으니 불편할 수 밖에.


간혹,, 물질적 계급의 장벽은 어쩌다 재수가 좋거나 사다리를 잘 타서 넘을 수 있다 하더라도, 

냄새, 즉 품격의 장벽만큼은 죽을때까지 부술 수 없다는 염장질은 많은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놓을지도 모른다. 


내가 비록 상영도중에 코까지 골며 자다가 깨어나긴 했지만, 영화를 잘못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암튼 나는 그렇게 봤다. 

이 영화에 대해 황금종려상인지를 받게 한 그 심사위원들도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무모할 정도의 솔직함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열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감상평은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관점과 문화권에 따라 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어제 본 이 영화, 본대로 처음 느낀대로 말 돌리지 않고 (맘 변하기 전에) 그대로 써 봤다. 


끝 




3           2
 
Utata  |  2019-11-09 15:17         
0     0    

놀래서 급하게 제 작성하는라,
여러 이멜을 받으셨을꺼로 생각이 됩니다.
아마 제 첫글을 받으셧을꺼로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다시 너주시면, 제작성 하겟습니다.

휴~



그렇군요. 기억해서 다시 쓰고, 차후는 조심 하겟습니다.
원래뜻은 글을 달고 또 다는게 보기가 싫었습니다.

첨 글은 가난해 보지 않은 분들은 이 영화 이해하기가 힘들단 생각입니다.
전 무척 가난해 보아서, 송강호의 이야기가 너무너무 가슴에 와 다았습니다.

전 한번은 레스토랑에서 팁을 안준다고 아이들 앞에서 면박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는 안주었습니다.

인격과 매너가 분리되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은 무조건 20% 입니다만... 아직도 그 시절생각하면,
챙피하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습니다만,
있는 사실엔 당당하진 않지만, 숨기고 싶진 않습니다.

지인중 참 찌질하게도 못 사신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와~
무척돈이 많아 지고, 매너도 무척 좋습니다.

가끔 교회지인 중에 어려워 소위 찌질한분들을 보면, 전 이해합니다.
여기 매너에 좀 미달하다고 생각이 들겠지만요,

어려운 시기라서 그렇지 결코 그분의 인격적으로 문제가 아니란걸요.



clipboard  |  2019-11-10 07:58         
0     0    

이 영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물젖은 빵의 과거를 떠 올리게 하려고 만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가 수작인 이유는, 다시말해 제게 이 영화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계급을 다루고 있되 당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였어요.

지금까지는 이런 류의 영화가 주로 “쟤들이 나쁜놈들이예요” “우리는 넘 불쌍해요” “나는 노력을 다 했는데 운동장이 기울어져서 어쩔 도리가 없어요” 라고 징징거리는 데만 골몰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계급의 다른 면들을 개개인의 모습들을 통해 좀 더 자세하고 이성적으로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순진한 사람들은 계급이 1 퍼센트 vs 99 퍼센트의 대립이라 뒤집어 엎기만 하면 저절로 사회가 천국이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장벽은 그 99 퍼센트 사이사이에 더욱 더 촘촘하고 강력하게 층 지어져 있고 아무도 단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알게 되면,, 좀 비극적이겠죠..

물난리 부분이 아마 제가 졸다가 놓친 부분 중 하나일 거예요. 어찌어찌 찾아서 다시 보았습니다. 계급의 정점에서 도망나와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참 잘 묘사되어 있더군요. 서양친구들도 이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해요.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에 다시 선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그 가족들의 표정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메시지이겠지요. 그 표정은 일종의 절망인데,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관객들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습니다.

clipboard  |  2019-11-10 12:04         
0     0    

Utata 님.
댓글이 달린 글을 함부로 지우고 다시 써 올리는 건 옳지 않은 행동입니다. 매너가 인격의 동의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격이 매너에 반영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좋은 인격과 매너를 가지신 분인만큼 원래 댓글 원상복구하시고 새 댓글은 아래에 새로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Utata  |  2019-11-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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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해석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좀은 다양할수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영화흥행>

이 영화가 북미에서도 흥행한다는것에 대해선 의외입니다.

사실 영화의 주제가 신분 탈피가 안되는 즉,
가난의 세습이라는것의 주제는 오히려 유럽에 왕이니,
백작, 공작, 왕자 이런 나라에서는 오히려 설득이 있지만,

누구나 뛰어나면, 길거리 갱에서 리치 랩퍼가 되고,
하다 못해 바보짓만 해도, 신분이 바뀌는 미국에서 이 영화가 이해가 된다는게 저로서는 괴상합니다.


<인물>

송강호 집안을 보면,

송강호와 와이프는 가난에 이미 굴복하고,
가난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와이프와 송강호의 다른점은 자좀심있다는것을 보여줍니다.


<딸과 아들>

아들은 현 자기의 신분을 상승할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잇지만, 딸은 이미 자기 신분을 상승시킬
꿈은 포기한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부자>

남편은 세려된 메너와 부를 보여주고 있지만,
따라서 인격적으로도 좋은 사람으로 보여주지만,
마지막 신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 걸 보면서도,
냄새가 나고, 또 내 자식이 남이 피흘리고 죽는거 보다

더 중요한 쓰레기 인성을 보여줍니다.
당연히 부상자 먼저 (딸) 구해야 함에도요.

<부인과 딸>

부인의 딸을 참 잘 비교가 되엇습니다.
부인의 수수해 보이는 모습과
딸의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대조가 되면서,
점점 부인의 인성은 순수가 아니라,
그냥 순진한것으로 점점 드라납니다.

여기서 순수하고 순진은 구태여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막내 꼬마>

비가 막와서 가난한 사람들은 물난리가 나도,
여깃 부자들에게는 또 다른 거라는것을 잘 대조하엿죠.

비오는날 캠핑을 즐기는 모습의 잘 대조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편향>

왜 봉준호 감독이 뜨는것은 실력보다,
운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뛰어난 영상미도,
뛰어난 감정의 포인트도 못 보여주엇지만,
칸이 좋아하는 주제에는 잘 맞은것 같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론 집에 물이 들어가서 난리가 나지만,
딸은 아무 감정 없이 변기에 앉아서,
담배를 피는 신이었습니다.

사실 그 신의 이 영화의 주제와 너무 잘맛았지만,
배우의 섬새한 연기의 클로즈업이 없었습니다.

즉 딸이 담배를 피면서, 점점 아버지 처럼,
희망 없는 표정연기가 필요하엿지만,
너무 아쉽게 디테일이 없이 지나갔습니다.

대조적으로 아들은 희망을 가지고, 살려는게
잘 그려저 있었습니다.


<개인적 느낌>

북미하고는 좀 거리가 먼 이야기 이지만,
한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에는 감정선이 비슷한 영화인거 같습니다.

영화는 잘 보았지만, 왠지 감독은 약간은 얻어 걸리느낌이 개인적으로 듭니다.


슬프지만, 그게 계급사회의 아픔이지요.

노력해도 안되고 체념해야하는



신분. 세습. 제도.

정권이 바뀌면, 그게 그거라는 거죠.
오른쪽 주먹에 맞다가, 왼쪽 주먹에 맞는거 처럼요.

clipboard  |  2019-11-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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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clipboard  |  2019-11-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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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을 처음 접한 건 '살인의 추억'에서 였습니다.
이 영화는 그 감독이나 한국영화 뿐 아니라 영화 전체를 통틀어 탑글래스에 드는 명작 중 명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기억으론 이 영화를 본 게 2003 년 무렵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아, 한국영화가 참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지요.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본격적인 프로파일링은 그 원조인 FBI Behavioral science 에서조차 1970년대 후반에야 시작되었습니다.
1980 년대 중반에 한국에서 그런 사건이 발생했으니 범인을 잡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구요.
이 영화는 미국의 연쇄살인을 다룬 영화 the Silence of the lambs 하고는 장르가 전혀 다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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