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江도 아프다 / 김구식 조금만 아파도 강을 찾았었다 늘 거기 있어 편안한 강에 팔매질하며 던져버린 게 많았지만 그 바닥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강이니까 걸러내고 그저 물이니까 제 길 가는 줄 알았다 해질 녘 붉은 상처도 강은 깊이 끌어안고 있었고 나는 긴 그림자만 떠안겨 주었다 피울음을 토하기 시작했을 때도 강은 같이 흘러주지 않는 것들을 꼬옥 감싸고 있었다 등 떠밀려 굽은 갈대의 손짓 바다 어귀까지 따라온 붕어의 도약 아파도 같이 흐르면 삶은 뒤섞여서도 아름다우리라고 불현듯 내 가슴에도 푸른 강 한 줄기가 흐르는 것이었다 <현대시문학> 詩부문으로 등단 * 筆名 "밀알"로 詩作 활동 ---------------------------- <감상 & 생각> 낡은 짚신을 버리는 기분으로/세상을 지나갈 일이다/외양간 작두날에 버히는 검불처럼/세상의 恨 같은 건 베어버리며 살아갈 일이다/차전놀이에 이기면 신 벗어 하늘에 던지듯/시름 같은 건 멀리멀리 던지며 살아갈 일이다 구영주(丘英珠) 시인의 '미투리'의 한 대목에서도 읽혀지듯이 시인이 단지 '미투리'만을 얘기하지 않았음은 자명하다 김구식 시인도 '江'만을 말하기 위해 위의 詩를 쓰진 않았으리라 세월이란 江 위에서 사람이 한 生을 흘러간다는 건 녹록치 않은 일이며 삶의 대부분은 고뇌와 번민, 그리고 아픔과 시름으로 점철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듯 싶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삶의 멍에처럼 드리워진 이런 저런 일로 하루 종일 뒤숭숭한 심사였는데, 위의 詩를 대하니 일렁여 오는 江의 푸른 물결에 현실의 아픈 부대낌을 실려 보내고픈 마음도 든다 시인, 역시 그의 아픈 시간마다 홀로 江을 찾아 흐느껴 물살짓는 강물 속에 응어리진 삶의 납덩이 같은 무게를 던져보곤 했나 보다 그 무게 속에는 더러는 삶의 고통을 담은 아픈 기억들이, 혹은 속절없이 쌓여간 고단한 시간의 기억들이 수북히 담겨 있었으리라 그런 피울음 토하는 아픔을 던지면, 江도 따라서 아플 것 같다 하지만, 江은 그런 아픔마저도 푸르게 넘실대는 물살에 실어 한 없이 너그러운 어머니의 품 같은 창망한 바다로 흘러간다 마치, 삶은 늘 일렁여 오는 푸른 소망의 물살 같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江을 통하여 그려내는 내면(內面)의 응시(凝視)도 좋거니와, 종장(終章)에 이르러 아픔과 허무를 극복하는 시인의 달관된 정서를 깊이 드러내고 있어, 잔잔한 감동으로 읽힌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도 푸른 江 한 줄기가 그렇게 흘러야하리라 고단하고 아픈 삶이 우리를 매 순간 힘들게 하더라도... - 熙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