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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華白磁鐵砂辰砂菊花紋甁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679 작성일 2020-01-09 15:45 조회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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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백자철사진사국화문병靑華白磁鐵砂辰砂菊花紋甁 (국보 제294호)



청화백자철사진사국화문병 / 김종제 일천 칠백 년 때였으니 꽃피는 조선의 어느 날쯤이었을게다 경기도 광주의 피끓는 젊은 도공이 연분홍 치마를 살며시 손에 쥐고 대궐집에 불려가는 기생인지 아리따운 여인네를 봤것다 저고리 위로 드러난 목줄기가 뽀얗고 가볍게 흔드는 엉덩이는 환한 달덩어리 같고 오월의 봄날이라 길가에는 국화도 어여쁘고 난초도 향기롭고 나비는 이미 날아와 앉아있고 벌은 붕붕 날아다니고 혼을 쏙 빼버리고 골목으로 사라져버린 여인네를 밤새도록 꿈에 품고있다가 새벽같이 일어나 백자를 굽는 것이었다 조선에 하나밖에 없는 아니,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을 굽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평생토록 품어안을 수 있는 매끈한 병을 하나 만들었던 것인데 그 여인네가 그리울 때마다 그 병에 술을 담고 입술을 마주댔다는 것이다




1993 ≪자유문학≫ 등단 詩集으로 <흐린 날에는 비명을 지른다>, <바람의 고백>, <내 안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이여>, <따뜻한 속도 2011>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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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그리고 한 생각>


靑華白磁鐵砂辰砂菊花紋甁에 담긴, 도공(陶工)의 지순한 그리움...... 간절한 외사랑의 모습을 보았음이런가 아님, 청화백자를 빚은 유심조(唯心造)이런가 그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겠다 국화문병은 온몸으로 女人의 선(線)을 가늘게 두르고, 뜨겁게 스며든 유약(釉藥)엔 도공의 거친 사랑이 충만하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것은 도공의 허망한 꿈이었던가 아니, 명백한 현실이었던가 아, 그 어느 쪽도 아니면서 분명히 분명히 어느 쪽에 속해 있어라 - 희선,

<사족 같은 중얼거림> 이 시를 대하니.. 문득, 추사 김정희의 사난결(寫蘭訣) 한 대목이 떠오른다 " 인품이 고고특절(高古特絶)하여야 화품(畵品)도 높아지는 것인데 세인(世人)이 공연히 형상만 같이 하기에 애를 쓰거나, 또는 화법(畵法)으로만 꾸려 가려고 애쓰는 이들이 있다. 또 비록 9천 9백 99 분(分)까지는 누구나 다할 수 있는 것이나 9천 9백 99 분까지 갔다고 난(蘭)이 되는 것이 아니요, 그 9천 9백 99 분까지 간 나머지 1 분이 가장 중요한 난관이니 이 난관을 돌파하고서야 비로소 난을 그린다 할 것이다. 그러나 1 분의 경지는 누구나 다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하자면, 인력으로 되는 경지가 아니요 그렇다고 또 인력 이외의 것도 아니라 하였다 " (희서니 註 : 결국, 인품의 고하가 결정한다는 말이겠다) 蘭 한 폭幅을 치는 것에도 이 같은 경지를 찾고 있는데, 하물며 詩에서랴... 그 언젠가, 말한 적도 있지만 시향詩香이란 건 꽃의 향기와도 같아서, 시인의 인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겠다 그건 정말 그렇다





- 꽃별(奚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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