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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국뉴스를 보니 ‘백신논쟁’이 한창인 것 같다. 이른바 ‘백신확보실패’를 둘러싸고 벌이는 정부와 야당간의 공방이 그것이다.
한국정부의 설명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지난 여름 감염케이스가 많지않아 백신구매에 모험적 투자를 할만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했고, 둘째, 아직 효능과 부작용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mRNA 기반 백신에 대해 다른 나라들의 접종경과를 지켜보고나서 들여오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mRNA 기반 백신의 효능과 부작용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한국정부의 입장에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 선제적 모험과 정면돌파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듯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결과를 보고 평가하기 전에는 누가 더 옳았다고 미리 말하기 어렵다. 나는 언젠가 이 문제를 옳고그름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고방식의 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쨌든 한국정부는 후자의 길을 선택한 것 같다. 한국정부가 Astra Zeneca 사의 백신을 선택한 이유에도 이런 조심성과 보수적 사고방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 선택자체가 현재로서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아시다시피 Astra Zeneca 사의 백신은 mRNA 기반백신처럼 혁신기술을 용감하게 적용하여 미래인류에게 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큰 희망을 제공할 만큼의 대성공을 거둔 케이스의 제품은 아니다. 코비드-19 , 즉 SARS-CoV-2 바이러스의 유전체 정보를 일반 감기 바이러스인 Adeno 바이러스 조각과 결합시켜 사람에게 접종하는 방식이다.
이 백신이 인체에 주입되면 면역시스템이 주입체의 특징을 분석해서 항체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Astra Zeneca 사가 만드는 이 백신이 몸에 들어왔을때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혼동을 일으킬 확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이다. 백신에 Adeno 바이러스 조각과 SARS-Cov-2 바이러스 조각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mRNA 기반 백신에 비해 efficacy 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stra Zeneca 사의 백신은 저렴하고 쉽게 유통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켰을 때 속수무책이라는 것도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치명적 단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현재의 펜데믹 chaos 를 벗어나는데는 Astra Zeneca 제품이 여전히 유효하며, 특히 수퍼콜드체인을 운영하기 어려운 나라들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물론 efficacy 나 변종바이러스에 대한 대처능력, 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인류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21 세기 의학혁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mRNA 기반 백신이 단연 독보적일 수 밖에 없다.
이 의학혁명이 일어나게 하는데 동기부여를 한 최대공로자는 역시 세계 의학계에 정신을 번쩍 들게 한 SARS-CoV-2 바이러스 군단이다. 제품을 개발한 Pfizer-BioNTech 와 모데르나 경영진과 연구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고 나무라거나, 그 회사들이 돈을 좀 번다고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좀 볼품없어 보인다.
특히 mRNA 백신안전의 핵심기술인 lipid nanoparticle 특허를 낸 모데르나 사 연구진의 공은 노벨상을 받아도 모자랄만큼 절대적이다.
mRNA 리보핵산 유전체가 인체 안에서 직접 단백질이 생산해내게 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해서 유전체를 정확하게 필요한 세포에만 도착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특수운송장비가 필요하다.
내가 4 개월 전에 다른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Lipid nanoparticle 이란 mRNA1273 의 주성분인 리보핵산이 체내에 주입된 후 아무데서나 분해되지 않고 안전하게 세포에 전달될 수 있도록 보호하는 drug delivery 플랫폼이다.
모데르나는 2018 년까지 유지해 왔던 회사이름 ‘ModeRNA’ 에서 알 수 있듯이 mRNA 백신개발에 특화된 회사다. Pfizer-BioNTech 와는 달리 모데르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왔던 Operation Warp Speed(작전명 초월광속)의 이른바 mRNA 1273 백신 개발프로젝트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Pfizer BioNTech 와 모데르나가 개발한 mRNA 기반 백신을 관리하는데는 각각 수퍼콜드체인(-70C)과 콜드체인(-20C)이 필요하다.
문제는 수퍼콜드체인시스템을 완비한 일부 부자나라들이 두 회사의 제품물량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점인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물량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나라들은 펜데믹 초기에 매입개념이 아닌 투자개념으로 돈을 날릴 각오를 하고 두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들은 판돈과 배짱만 두둑한 도박꾼은 아니었고 첨단백신연구진행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또한 가지고 있었기에 승산있는 배팅을 할 수 있었다.
뭘 모르는 매체들은 “백신개발에는 보통 10 년 이상 걸릴 수 있는데 Pfizer 와 모데르나가 코비드 백신을 1 년 만에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소리를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다.
그들은 두 회사의 백신이 전통적인 개념의 백신과는 전혀 다른 RNA 플랫폼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RNA 기반백신연구는 이미 다른 이유로 코비드-19 펜데믹이 시작되기 10 여 년 전부터 추진되어 연구성과들이 집적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또는 알면서도 다른 정치적인 이유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Pfizer 와 모데르나 제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현재 인류가 보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물류기술로는 이 백신을 전 세계 구석구석에 골고루 보급하기 어렵다. 몇 주 전 백신매점에 대한 비난을 받은 캐나다가 ‘남은 물량을 제 3 세계에 기부하겠다’고 변명한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퍼콜드물류체인을 가동할 능력이 있는 부자나라들조차 대도시가 아닌 시골지역에는 Pfizer 백신이 아닌, 더 비싸긴 하지만 비교적 운반이 쉬운 모데르나 제품을 보낸다는 플랜B를 가지고 있다.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자기 형편에 맞는 백신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지구상에 진보는 Astra Zeneca 백신만 싸고돌고 보수는 Pfizer 나 모데르나 백신만 찬양하는 나라가 존재한다면 그처럼 꼴사나운 봉숭아학당도 없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팬데믹 상황에서는 치료제보다 백신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팬데믹은 치료제로 종식되는 게 아니라,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으로만 종식시킬 수 있다.
팬데믹을 종식시켜야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종식시켜 일상을 정상으로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현재 방역에 필수적이니까 좋은 말인 것 같은 느낌이 오는데, 사실은 천하에 몹쓸단어가 ‘사회적 거리두기’다.
시작한 지 1 년도 안 돼 온 세계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수 많은 사람들을 굶어죽게 만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루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연구실과 실험장에서 분투해 온 과학자들, 그리고 위험천만한 임상실험에 기꺼이 참여해 준 수 만 명의 ‘진짜 시민들(brave citizens)’에게 찬사와 고마움의 표시를 …
2020. 12.20 1400 (MST) sarnia(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