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2일째 단식 중인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과잉입법, 이중처벌,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 수위 등 재계의 중대재해법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행 산안법도 세계 최고 수위 처벌?
“480여만 원 벌금이 현실…캐나다, 노동자 사망 시 무기형”
강은미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재계는 이 법이 기업을 도산에 이르게 하는 중복, 과잉입법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이라는 주장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는 해외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 규정만 단순 비교한 것으로, 별도법이 있는 국가를 제외하더라도 각 국가의 민·형법상 처벌을 제외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와 보수언론 등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처벌 규정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위반 시 사업주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일본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 미국은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원내대표는 “산안법은 2007년 4월부터 시행돼 1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산재로 매년 10만 명이 다치고 2천 명이 죽는다. 그러나 책임자는 빠져나가고 대부분 현장 실무자 선에 마무리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세계에서 제일 처벌 수위가 높다던 산안법은 기업에게 평균 480여만 원의 벌금만을 부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산안법 자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특별법인 중대재해법을 통해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다.
일부 사례를 봐도 현행 산안법이 최고 수준의 처벌규정이라는 주장은 ‘가짜뉴스’에 가깝다.
강 원내대표는 “캐나다는 부상 재해에 10년 징역, 사망은 무기형, 무한 벌금과 최대 15할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호주는 25년형의 징역과 60억 이내 벌금이 병과되고 이는 부상과 질환에도 동일 적용된다”며 “오히려 산재 사망뿐 아니라 산안법 위반에도 외국은 강력한 처벌을 통해 예방을 선도하고 있다”고 짚었다.
“무겁게 처벌해야 중대재해 예방 소홀하지 않을 것”
재계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중복·과잉·이중처벌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특히 경영책임자, 사업주에 대한 처벌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매출액이 수천억, 수십조에 이르는 대기업에게 20억 원 이하의 벌금형만으로는 처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이나 기관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하도록 지시’하거나 이를 ‘조장, 용인 혹은 방치해’ 사망 등에 이르게 한 경우에 법인을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전년도 매출액 혹은 수입액을 기준으로 벌금을 가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중대재해 예방에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액의 100분의 5를 초과하지 않는 금액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거나, 화학사고 사상자 발생 등에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하는 행정상의 제재 또한 우리나라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개인의 의사에 반해 공기단축, 비용 절감 등 생명, 안전보다 우선하는 집단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다툼이 있는데, 이러한 책임에는 대표이사는 물론이고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는 자까지 포괄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나라 상법에서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현실과 맞지 않다?
“하청 중소기업에 집중된 처벌, 원청 대기업 처벌로 전환하자는 것”
경총 등은 중소기업 피해를 중대재해법 제정 반대에 가장 큰 이유로 앞세우고 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 15일 호소문을 내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99%의 오너가 대표여서 대표에 대한 징역 처벌 시 오히려 사후처리와 재발 방지가 불가능하다”며 “중소기업 현실에 맞게 대표는 경영활동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의 이런 주장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만 처벌하는 것으론 산재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실제로 구의역 김군이나 태안화력발전 고 김용균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다. 벌금이나 처벌 대상도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 관리자에 국한됐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원내대표는 중소기업단체협의회의 주장에 대해 “다단계 고용구조는 의사소통의 단절로 위험의 외주화와 직결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비용 때문에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고 하청 등 중소기업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막는 데 있다”며 “대부분의 중대재해가 중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대부분의 설비, 공정진행, 작업 허가 등은 원청에게 권한이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소하청업체 처벌에서 원청 대기업 처벌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려는 법이 아니다. 원청과 경영책임자에게 직접적 책임을 물어 기업의 이윤보다 국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려는 법”이라며 “원청이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조직, 인력, 예산을 편성하고 그 운영을 점검한다면 중소하청업체 또한 생명, 안전에 필요한 조직, 인력, 예산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