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퍼로 올라가는 하이웨이 93N을 운전하고 가다 보면 왼쪽에 커다란 보우호수 뒤로 와프타아이스필드(Wapta Glacier)가 살짝 보인다. 이 아이스필드는 페이토, 보우, 요호, 벌처 빙하를 포함한다.
이번 겨울 3월 27 우리부부는 야음을 틈타 Wapta Icefield에서 가장 높은 Mt.Gordon정복을 시도하였다. 전날 넘티자lodge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고 5:20에 출발하였다. 여명이 트일려면 두시간 더 필요한 칠흑같은 어둠속, 우리는 꽁꽁 얼어 붙은 보우호수를 건넜다. 북극의 삭풍과 눈보라가 뺨을 아프게 쏘아 붙였다. GPS로 방향을 잡고 헤드램프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캐년입구까지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어찌나 바람이 불던지 쫒기듯 눈물을 흘리며 보우헛까지 세시간 약간 덜 걸려 도착하였다.
일기예보대로 고돈(Gordon)지역 빙하는 짙은 구름으로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왼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Saint Nickolas Peak와 GPS를 이용하여 장님 문고리 잡듯 방향을 잡으며 나아갔다. 이따금씩 햇빛이 짙은 안개속으로 살짝 내비치며 고돈이 잠깐 보이다 없어지길 반복하였다. 고돈 방향쪽으로 낮게 깔린 것이 구름인 듯 고돈에 쌓인 눈인 듯 알수 없었다. GPS를 따라 가자니 눈에 보이는 고돈에서 벗어나고 눈에 보이는 고돈을 보고 따라 가자니 헛것을 쫒다 말것 같았다. 신기루를 따라 드넓은 빙하사막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였다. 이러다 크레바스(crevasse)에 빠져 영구 냉동인간이 되는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이때 마침 고돈으로 향하는 다른 일행을 만나 따라 갔다. 정상 200여미터 남겨두고 커다랗게 돌출된 절벽이 나타났고 그 둘레에 어마무시한 cornice(눈처마)가 형성되어 있었다. 짙은 안개로 인해 방향을 알 수 없어 한 발자욱 앞으로 딛기 두려웠다. 정상은 다음기회에 도전하기로 결정하였다. 짙은 안개와 햇빛이 섞여 허옇게 되어 어디가 내리막인지 알 수 없었다. 보우헛까지 내려 오면서 화이트아웃 때문에 수 없이 속이 울렁거렸다. 멀미가 가라 앉으면 다시 앞으로 나아가곤 하였다.
정상을 거의 다 올라가 놓고 어쩔 수 없었지만 포기하고 내려 온 것이 왜 그리 아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