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스웨덴에는 아예 상속세가 없다.”
상속세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한국의 상속세가 세계적으로 높다는 점 외에,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에선 아예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는 '의외의 사실'을 강조하곤 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캐나다, 스웨덴 외 에도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이나 된다. 다만 상속세가 없다고 해서 이들 나라가 상속에 따른 자본이득을 눈감아 주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처럼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의 경우, 우리나라의 양도소득세 개념인 '자본이득세'가 상속세를 대신하고 있다. 쉽게 말해 상속받은 재산을 물려받을 때가 아니라, 추후 처분할 때 차익에 한꺼번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가령 애초 10억 원에 산 아파트를 20억 원에 상속받은 뒤, 50억 원에 판다고 가정해 보자. 스웨덴의 경우 상속인이 아파트를 판 가격(50억 원)에서 피상속인이 처음 산 가격(10억 원)의 차이인 40억 원에 대해 상속인에게 자본이득세를 매긴다.
캐나다는 상속자가 상속받은 가격(20억 원)에 아파트를 산 것으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상속세 대신 피상속인에게 차익(20억 원-10억 원)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매기고 세금을 뺀 만큼만 상속하게 한다. 추후 상속인이 50억 원에 처분할 때도 차익 30억 원에 대해 별도의 자본이득세를 또 매긴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억 원에 대해 상속인이 상속세를 낸 뒤, 상속 후 아파트 차익(50억 원-20억 원)에 대해 추후 상속인에게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스웨덴 방식의 자본이득세는 보유한 자산, 특히 주식을 팔 때까지 세 부담이 미뤄지기 때문에 기업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편법 상속에 나서는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상속할 때와 처분할 때 각각 세금을 매기는 방식보다 과세 체계가 더 단순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아직 한국의 소득세 체계가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매기기에는 불완전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의 경우 양도소득세 체계가 마련돼 있지만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는 2023년에야 시행된다. 자산 취득 당시의 가치를 정확히 매기고, 이를 오랜 기간 관리할 시스템도 필요하다.
상속세를 유지하는 다른 주요국과 한국은 공제제도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2억 원의 기초공제에다 최대 30억 원의 배우자 공제, 1인당 5,000만 원의 자녀공제 등이 적용된다. 배우자와 그 외의 동거가족이 있는 경우 최소 10억 원을 공제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비해 영국과 미국은 배우자에 대한 상속은 전액 공제된다. 일본에서도 배우자에 대한 법정 상속분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결혼 후 형성된 재산은 부부가 공동 노력해 만들어졌고, 배우자가 사망한 뒤에 자녀에게 상속할 때 그에 맞는 세금을 낸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