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홀로 산행을 하는 빈도가 많아졌다. 보통은 마누라(원래 조선시대에는 "마마"와 같은 극존칭 이었다고 하여서.......)와 같이 다니는데 정상을 얼마남겨 두지 않고 힘들어 못가겠다고 뻐팅겨 대는게 많아졌다. 계획된 산행도 이런저런 핑계로 몸이 힘들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홀로 다녀왔다.
Quartz Hill(수정언덕)은 작년 12월에도 시도하였지만 바로 500미터 전에 있는 Quartz Ridge까지 올라가보니 목적지는 저멀리 까득하게 보이는데 차가운 세찬 바람이 불어대고 눈물과 콧물이 나와 얼어 붙으니 기고만장했던 의지가 꺽여 다음에 도전하기로 하였던 곳이다. 누가 이곳을 Hill(언덕)이라고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언덕이 아닌 매우 가파르다. 어쩌면 주변에 높은 산들로 둘러 쌓여 있어 언덕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선샤인스키장 아래쪽 스키트레일은 흙바닥이 많이 드러나 있었다. 점점 위로 올라갈 수록 여전히 눈이 많았으니 눈 겉표면이 얼어 스키타기에는 그렇게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선샤인빌리지를 지나 쿼츠리지까지는 대체로 눈이 단단하였다. 그러나 쿼츠리지와 힐 중간에 있는 고개마루(Col)부터 정상까지 눈상태는 최상이었지만 너무 가팔라 스키를 고개마루에 두고 정상으로 향하였다.
고개마루에서 정상은 보이지 않고 아무도 지나간 흔적에 없어 가파른 눈경사를 발로 찍으며 올라야 했다. 능선을 따라가면 좋겠지만 눈처마가 붕괴될 수 있어 약간 벗어난 비탈경사를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눈곡괭이를 가져오지 않아 한쪽 스키스틱의 브라켓을 빼고 눈곡괭이 대신에 올라가니 올라갈수록 가파른 경사에 움찔했던 긴장이 점점 풀렸다.
정상에 올라 점심을 먹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거의 없고 강렬한 햇빛이 사방에 쌓인 눈위로 내리쬐어 눈이 부셨다. 강렬한 봄볕아래 세상이 눈천지인 산정상에서 완벽한 고요함과 적막감, 나홀로 산행도 나름 재미와 운치가 있었다. 그럭저럭 홀로 삼매경에서 깨어나 그 가파른 눈경사를 내려 가려는 현실적 걱정이 살짝 다가온다.
(나머지 얘기는 아래 동영상을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