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스크' 지침 개정 이후 첫 현충일 연휴
국토부 장관 "공항에서 인내심 가져달라"
자동차 여행객 3700만 명 넘을 것 예상
백신 덕에 연휴 뒤에도 피해 안 클 듯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 개정 이후 맞은 첫 연휴, 미국 전역이 여행객들로 붐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연휴가 시작된 28일 하루 동안 196만 명이 항공기를 이용,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주요공항은 북새통을 이뤘고, 체크인 카운터와 보안 검색대에는 한동안 볼 수 없던 긴 줄이 늘어섰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주말 동안은 공항에서 "인내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을 정도였다.
자동차를 몰고 나온 이들도 폭증해 전국 대도시 주변 도로는 온종일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주말 집에서 최소한 50마일 이상 여행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인이 37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이전 수준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60%나 증가한 수치다.
CNBC 방송은 휘발유 가격 분석업체 '가스 버디' 자료를 인용해 자동차 여행객이 28일부터 나흘간 쓸 기름값만 47억 달러(5조2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했으면 실내서도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를 안 해도 괜찮다고 지침을 바꾼 게 지난 13일이다.
아직 일부 주에선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규정을 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나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등에는 이날 '노 마스크' 관광객들로 넘쳤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미국에서 메모리얼 데이는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이다. 일부 주에선 학교가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시작하기 때문에 여름 여행 철의 시작을 알리는 연휴로 인식된다.
워낙 여행 수요가 많다 보니, 지난해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7월 2차 대유행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내다봤다.
지난해와 달리 미국인들 상당수가 안전의식이 몸에 밴 데다, 무엇보다 올해는 백신이란 무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CDC에 따르면 28일 현재 미국에서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1억6600만 명, 전체 인구의 50.1%다. 완전히 접종을 완료한 경우도 40.2%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바이러스 전파도 확연히 주춤해져, 지난주 미국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만1600명에 그쳤다. 7만 건이 넘던 한 달여 전보다 급격히 줄었다.
컬럼비아대 감염병 학자인 와파 엘 사드르 박사는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연휴 이후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그 양상이 예전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낮고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특정 지역에서만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메모리얼 데이 연휴는 관광객이 폭증할 여름 휴가철의 전조일 뿐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로버트 싱클레어 AAA 대변인은 WNYW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금 미국인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복수 여행'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여행을 못 하면서 본의 아니게 아끼게 된 돈을 쓰기 시작한 건데 "앞으로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은 것을 하면서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봤다.
여행객의 증가가 동시에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희망도 나온다.
공중보건 전문가 사주 매슈 박사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https://news.v.daum.net/v/20210530133651996